'실세' 파키스탄 육군총장, 총선 후 정치권에 자제 촉구
개표 종반 '옥중' 칸 前총리 측 무소속 진영, 89석으로 1위
'군부 지원' PML-N은 73석…'투표 조작'에 대한 PTI 측 반발 지속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파키스탄에서 '실세'로 평가받는 군부가 총선 이후 연립정부 구성 등과 관련해 과열 조짐을 보이는 정치권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총선은 승리 아니면 패배라는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국민 권한에 대해 결정하는 활동"이라고 운을 뗐다.
무니르 참모총장은 이어 "파키스탄 국민이 총선을 통해 헌법에 대한 통합된 신뢰를 다시 한번 보여준 만큼 모든 정당이 이제 정치적 성숙과 단결로 (국민에게) 화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파키스탄은 무정부 상태와 양극화의 정치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 지도자들과 치유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투표 조작' 주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8일 치러진 총선에선 수감된 임란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출신 무소속 후보들이 지역구 의석을 가장 많이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군부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는 정당으로선 가장 많은 지역구 의석을 차지해 다른 정당 등과 연립정부 구성에 나선 상태다.
소수의 지역구 개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투표가 실시된 265개 지역구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최소한 100개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이들 무소속 후보 가운데 89명이 칸 전 총리 진영인 것으로 나타났다.
PMI-N은 73개, 파키스탄인민당(PPP)은 54개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여타 군소정당들은 27개 지역구에서 이겼다. 이들 가운데 MQM이 17개 지역구에서 승리했는데 PTI 측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AFP는 전했다.
만약 PTI 출신 무소속 후보들이 MQM이나 여타 군소정당과 연대하면 여성 및 소수자 몫 70석에 대해 배분받을 수 있어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도 있다.
연립정부 구성 과정에서 정당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군부의 투표 결과 조작 가능성과 관련한 PTI와 여타 정당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PTI를 창당한 칸 전 총리는 부패죄로 수감된 탓에 이번 총선에 출마할 수 없었다.
PTI는 정당 상징 사용을 금지당해 후보들을 무소속으로 출마시켰다. PTI 간부와 당원들은 당국의 위협과 괴롭힘 등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PTI 측은 파키스탄 4개 주(州) 가운데 하나인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에서 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카이버 파크툰크와주에선 총선 다음날인 지난 9일 PTI 측 지지자들이 투표 결과 조작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다가 최소한 2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했다.
PTI 지지자들은 지난 10일에도 전국의 몇몇 지역에서 소규모지만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PTI 지도부는 지지자들에 평화 시위를 주문하고 있다.
AFP통신은 칸 전 총리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 연설을 통해 이번 총선의 승리를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독립적인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는 (투표결과) 조작이 시작되기 전 150석을 얻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 파키스탄'의 빌랄 길라니 대표는 AFP에 군부가 지대한 노력을 했음에도 PTI가 총선을 통해 표를 많이 얻었다면서 "이는 군부가 늘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불행 속의 한 가닥 희망"이라고 평가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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