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기술금융' 10년만에 대수술…평가기관에 영업정지 도입
자동차 수리업체·주유소 등에도 부실·허위 평가서 남발
사실상 일반대출인데 기술금융 실적으로 부풀려…금리 혜택 등 명확하게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기술신용평가회사들이 기업 신용등급을 엉터리로 평가하거나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기술금융' 제도가 10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평가기관들이 발급하는 평가서의 신뢰도를 높이고 금리·한도 혜택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13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이러한 내용의 기술금융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다.
2014년 시작된 기술금융은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재무 상태나 신용등급 등이 취약한 창업·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제도다. 기술신용평가기관이 발급한 평가서 등급에 따라 대출 한도와 금리 등이 정해진다.
그러나 그간 기술신용평가기관은 은행이나 기업 입맛에 맞는 평가서를 허위·부실 발급하면서 기술금융 실적을 부풀리고 연간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챙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달 금융위 정기 감사 발표에서 기술자격을 근거로 발급된 평가서 3천856건을 점검한 결과 1천890건(49%)이 부실 발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점검 결과 자격증 보유자가 없는 경영컨설팅업체, 대상이 아닌 자격증(예.자동자정비산업기사)을 보유한 자동차수리업체 등이 기술금융 평가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도용된 소방설비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주유소도 기술금융 인정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감독원도 작년 4월 기술신용평가기관들이 허위 기재된 평가서를 발급했다는 검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공정한 기술평가를 해야 할 기술신용평가회사들이 대출을 더 많이 실행시키고자 하는 기업 및 은행 요구대로 신용등급을 부풀리거나 조작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현행 법령에는 기술신용평가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 등은 있지만 업무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업무 제한이나 영업정지 등의 불이익 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이에 금융위는 기술평가 제도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평가기관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이 가능하도록 신용정보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한도나 금리 면에서 일반 대출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기술금융도 실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간 금융위가 기술신용평가기관의 평가서가 첨부된 대출이라면 모두 기술금융으로 인정해주며 은행들의 '실적 부풀리기'가 만연해졌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기술력에 따라 한도나 금리를 우대한 것이 명확한 대출에 대해서만 가점을 주고, 반대의 경우엔 오히려 감정을 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2014년 기술금융이 도입되고 10년 만에 제도를 획기적으로 고치려고 한다"며 "기술평가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고 실적 평가도 제도 취지에 맞게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