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업용 부동산 위기 확산…금감원 "사업장 단위로 개별 점검"
모니터링 강화…사업장별 EOD 사유·LTV 변화 등 파악키로
해외 대체투자 올해만 14조 만기…손실 본격 반영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미국 상업용 부동산 충격이 일파만파 번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내역을 사업장 단위로 점검하기로 했다.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담보인정비율(LTV) 변화나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사유 등을 상세하게 제출받아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다.
◇ 금감원, 사업장별 모니터링 강화…EOD 사유 등 상세 분석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회사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존재하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리스트를 사업장 단위별로 살펴보고 있다.
그간 금융회사나 업권별 리스크 분석에 집중해 왔다면 사업장 단위나 개별 투자 건별로 모니터링 수준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의 사업장에 여러 금융회사가 함께 투자하는 구조이다 보니 트렌치(투자 원금을 상환받는 우선순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사업장 리스크나 평가 손실을 개별 금융회사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비교해 보려 한다"며 "조만간 사업장별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부동산 EOD 발생 사유도 보다 상세하게 분석할 방침이다.
EOD 발생으로 선순위 투자자의 매각 결정이 이뤄지면 선순위 이외 투자자는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건별로 진행 상황을 따져보며 EOD 사유나 LTV 등까지 상세히 분석해 보려 한다"며 "어떤 회사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자산 가치가 폭락했음에도 손실을 숨기는 사례가 있는지도 중점 점검 대상이다.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한 실사 한계 등이 존재하다 보니 금융회사들이 과거 투자 시점의 가격(장부가)을 그대로 적용하며 자산 부실이나 손실 반영을 최대한 미룰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해외 부동산 변동성·불확실성 커…국내 금융권도 본격 손실 반영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경고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높은 공실률과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투자 수요 감소 등이 맞물리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수년째 회복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는 상업용 부동산에 내준 대출과 관련한 손실 우려로 신용등급이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됐다.
독일의 부동산에 초점을 맞춘 대출 기관인 도이체 판트브리프방크(도이체 PBB)도 부동산 시장 약세로 채권값이 폭락한 상태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본격적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한 평가 손실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8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해외 부동산 투자 자산과 관련해 약 1천300억원 이상을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도 4분기에 3천500억원의 투자목적자산 평가 손실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금융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55조8천억원으로 금융권 총자산(6천762조5천억원)의 0.8%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해 도래하는 만기액만 14조1천억원(25.4%)에 달하고 최근 리스크가 부각된 북미 지역 투자 금액은 35조8천억원(64.2%)으로 집계됐다.
다만, 금융당국은 금융권 총자산 대비 투자 규모가 크지 않아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확률은 낮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 상황이다 보니까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돌출할 수 있고 정보 접근도 제한적"이라며 "크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