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피해 망명' 파나마 전 대통령, 임시체류지 변기까지 교체
니카라과 대사관 리모델링 진행…美 "망명허용은 법치 훼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옥살이할 처지에 놓이자 이웃 나라로 망명한 파나마 전 대통령이 임시 체류지에서 변기까지 교체하며 대규모 리모델링을 진행해 지탄을 받고 있다.
9일(현지시간) 라프렌사파나마와 라에스트레야데파나마 등 현지 일간지에 따르면 리카르도 마르티넬리(71) 전 파나마 대통령은 지난 6일 이후 나흘째 파나마 주재 니카라과 대사관에 머물고 있다.
그는 이달 초 대법원으로부터 불법자금 세탁 범죄로 128개월 징역형과 1천920만 달러(약 254억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은 뒤 니카라과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고,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정부는 이를 승인했다.
니카라과 본국으로의 이동을 희망하는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은 안전한 경로 확보 전까지 파나마시티 라알라메다 지역에 있는 니카라과 대사관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니카라과 대사관 측은 회의실 등으로 쓰이던 2층 공간을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을 위해 내줬고,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은 이 곳에 소파, 양탄자, 침대, 책상, 스마트TV, 바비큐 장비 등 자신의 물품을 대거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조 공사도 함께 이뤄졌는데, 화장실 변기까지 바꾸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라프렌사파나마는 보도했다.
현지 매체들은 "동네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주민들 반응을 전하며 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했다.
마르티넬리 전 파나마 대통령은 2009∼2014년 정부를 이끌며 불법으로 빼돌린 국가 예산으로 자국 미디어 대기업 '에데사'(EDESA) 등의 지분을 구입하는 데 관여한 죄로 중형을 받았다.
그는 이번 판결로 오는 5월 5일로 예정된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은 전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명백한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하며, 지지 세력 결집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망명을 허용한 오르테가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브라이언 니콜스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는 "이번 결정은 법치를 훼손하고 정의를 전복하려는 또 다른 움직임"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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