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금리 만족 못해"…개미들 리스크에도 '비우량 회사채' 쇼핑
연초 이후 회사채 순매수 절반이 비우량물…수요예측도 잇단 흥행
"부동산 PF 이슈 등 신용 리스크 살펴 옥석 가려야"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올해 들어 3%대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이 '고금리 막차'를 타기 위해 신용 리스크를 감수하며 비우량 회사채를 적극 사들이고 있다.
기관들의 자금 집행이 활발해지는 연초효과와 더불어 개인들의 활발한 매수세까지 더해지면서 비우량 회사채가 수요예측에서 연이어 흥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개인 투자자가 회사채(일반 회사채 기준)를 순매수한 규모는 총 1조3천9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BBB급의 순매수 규모는 840억원, AA급은 5천540억원으로 전체 순매수 규모에서 절반(45.7%)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집계는 개인 투자자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해 직접 장외 거래한 현황으로, 개인이 증권사 리테일 판매를 통해 채권에 투자한 경우까지 고려하면 실제 비우량채 순매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신용평가사들은 BB급 이하를 투기등급으로 평가한다. BBB급과 A급은 투자등급 범위에 있지만 투기등급 경계에 가까이 있는 만큼 신용도 측면에서 리스크가 큰 비우량채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개인들이 신용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비우량채를 적극 매수하는 건 연내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가운데 고금리 막차에 오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 현황을 보면 대체로 3%대로 내려와 4%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화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은행 예금 금리가 3%대로 하락한 가운데 A등급 회사채의 경우 4∼5% 금리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금리 메리트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연초효과라는 계절적 특성과 함께 개인의 매수세도 가세하며 올해 비우량 회사채는 수요예측에서 연일 흥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콘텐트리중앙[036420](BBB)의 경우 애초 만기 1년 회사채 모집금액이 100억원이었으나 수요예측에서 곱절이 넘는 약 23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는데, 이중 상당 부분이 증권사 리테일 파트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밖에 AJ네트웍스[095570](BBB+)와 롯데렌탈[089860](A+), 현대케미칼(A) 등도 최근 수요예측에서 당초 모집금액보다 많은 주문이 몰리며 증액 발행을 결정한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요예측의 참여율(수요예측 참여금액을 수요예측 모집금액으로 나눈 값)을 등급별로 살펴보면 A등급은 1년 전에 비해 446.8%에서 810.8%로, BBB등급 이하도 98.0%에서 333.3%로 크게 증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우량채의 높은 금리 수준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발행기업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 등 신용 리스크에 노출됐는지를 살피는 옥석 가리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가령 캐피탈채의 경우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당국의 PF 구조조정 가속화로 캐피탈사의 수익성이 추가로 저하될 우려가 있고, 특히 기업금융 중심의 사업구조를 지닌 곳일수록 PF 비중이 커 신용도 강등 이슈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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