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하마스 휴전 역제안 거부…미국, 돌파구 마련에 총력(종합)
"기이한 요구" 일축하며 하마스 완전해체만 계속 강조
휴전기간에 이견…'접점 찾나' 양측 요구 조금씩 완화
블링컨 동분서주…교전중지 후 추가협상 등 절충점 거론돼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황철환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측이 역제안한 휴전 조건을 사실상 거부하며 전쟁 지속 의지를 밝혔다.
하마스의 철군 요구 등 논외로 여겨지는 제안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미국 등 주변국의 압박 속에 양측이 점차 요구안을 완화해가고 있어 타협점이 나올 가능성도 관측되는 상황이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인질 석방을 위해서는 군사적 압박을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하마스의 기이한 요구에 굴복한다면 인질 석방을 끌어내지 못할뿐더러 또다른 대학살을 자초하는 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완전한 승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 승리가 코앞"이라며 전쟁은 수년이 아닌 수개월만 남았을 뿐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하마스의 기습으로 자국민 1천200명이 죽자 하마스의 정치조직과 군사조직을 완전히 없앤다는 목표를 내걸고 근거지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완전한 승리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 우리는 끝까지 갈 것"이라며 "하마스를 꺾는 것은 자유세계 전체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 4자(미국·이스라엘·카타르·이집트) 회의를 통해 제안한 휴전안에 대한 하마스의 답신을 받은지 하루만에 나왔다.
하마스의 답신에는 3단계에 걸쳐 135일간의 휴전을 실시하고 이 기간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1명당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10여명씩을 상호 석방한다는 등의 역제안이 담겼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요구사항 중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인질과 수감자 교환과 관련해선 "이스라엘은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며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을 비공개로 독대하고자 요청해온 것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미국 등지를 방문할 때 (상대국의) 정치 지도자 없이는 군 사령관을 만나지 않는다"며 "그게 우리가 행동해야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궤멸을 자국 안보와 자위권 실현으로 보고 주변국의 반대에도 가자지구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요구마저 묵살해 전례를 찾기 어려운 불협화음을 노출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발언은 미국의 외교적 압력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다섯차례 중동 방문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4자 회의에서 논의된 휴전 틀에 동의하기엔 여전히 견해차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휴전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장기간의 휴전을 주장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에 대한 전쟁 종료는 자신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고 말해왔다.
하마스는 전날 이스라엘 등에 전달한 역제안에서 '즉각적 종전'을 요구하던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고, 이스라엘군이 당장 가자지구에서 전면 철수해야 한다는 요구도 단계적 철군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인에 대한 폭력적 공격 등에 연루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대량으로 석방하길 요구하는 등 이스라엘 입장에선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 포함돼 있고, 이를 수용할 경우 네타냐후 총리 중심의 이스라엘 극우 연정이 흔들릴 위험성이 크다고 WSJ은 지적했다.
다만 양측은 협상의 문을 닫지는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휴전에 대한 네타냐후의 발언을 보면 그가 역내 갈등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하마스 대표단이 이집트 및 카타르 관리들과 휴전을 논의하기 위해 곧 카이로를 방문할 것"이라며 "하마스는 어떤 조건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WSJ은 하마스와의 협상 상황에 밝은 당국자들을 인용,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들이 이집트에 '하마스를 압박해 다른 조건을 내놓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마스와 이집트 정부 지도자들은 8일 카이로에서 회의를 하고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블링컨 장관도 7일 네타냐후 총리와 할레비 참모총장,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을 만나는 등 해법 도출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그는 "이뤄져야 할 일들이 많지만 우리는 이것들을 해내고 수개월 전 중단된 인질 석방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양측이 일단 6주간의 교전 중지에 합의한 뒤 항구적 휴전을 위한 추가협상을 진행하는 방안이 그나마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7일 자국을 기습공격한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중 아직 풀려나지 못한 136명을 돌려받아야 하고, 하마스 입장에서도 이스라엘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고위급 인사들을 석방할 필요가 있어서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풀려나지 못한 인질 가운데 50명 정도까지 4개월간 이어진 전쟁에서 여러 이유로 이미 숨졌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