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휴전협상 열쇠는 '요르단강 서안의 만델라' 거취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석방을 강력하게 요구한 '요르단강 서안의 만델라' 마르완 바르구티의 거취가 향후 휴전 협상의 성패를 가를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따르면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에 집권한 파타 정당의 지도자 중 한명인 바르구티 석방을 인질 교환 협상의 핵심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마스는 지난 2010년에도 이스라엘 피랍병사 길라드 샬리트 상병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바르구티 등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재소자 수백 명을 맞바꾸는 '포로 교환'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에도 바르구티의 석방에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그의 석방이 불가피하다는 협상 중재자들의 입장도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바르구티가 지난 2000년 팔레스타인의 유력 정파인 파타당 산하 무장 조직 알-아크샤 순교자 여단을 이끌고 민간인을 포함해 수많은 사상자를 낸 제2차 인티파타를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바르구티는 지난 2002년 이스라엘에 의해 5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된 뒤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정치지도자 넬슨 만델라에 비견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1980년 고등학교 졸업 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한 바르구티는 팔레스타인의 임시수도인 라말라에 있는 비르 제이트 대학에서 정치역사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999년에는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방송통신대학인 '아랍 아카데미'의 박사과정에 등록했으며 옥중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했다.
바르구티는 파타 지도자로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와는 다른 중도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2차 인티파다를 이끌어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오랜 수감 생활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포함한 다른 파타 지도부와는 달리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라는 점도 그의 강점으로 꼽히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바르구티는 지난해 12월 팔레스타인 정책 및 설문조사 센터(PCPSR)가 실시한 차기 수반 선호도 조사에서 47%의 지지를 얻어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 지도자(43%)와 압바스 수반(7%)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바르구티는 2004년에도 팔레스타인 수반 선거에 옥중 출마해 압바스 현 수반과 대등한 지지율을 기록하다가 중도에 후보직을 사퇴하고 이듬해 자치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경력도 있다.
바르구티의 비서실장인 아흐메드 구네임은 바르구티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모두 인기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그의 석방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네임은 바르구티가 지금까지 민간인 공격을 허용한 적이 없다면서 2차 인티파다에서 다수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도 다른 정파와 개인들이 독립적으로 행동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바르구티의 아들인 아랍 바르구티도 이례적으로 팔레스타인 내 서로 다른 세력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아버지가 유명한 이유이자 이스라엘이 두려워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아랍 바르구티는 "아버지는 평화를 중시한다"면서 "그는 이스라엘을 포함해 어떤 나라의 파괴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사람들이 품위 있는 생활을 하길 원했으며 팔레스타인인들도 그러길 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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