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빈의 플랫폼S] 저탄소 '훼방꾼' 중국의 변신…미·유럽 '떨고있나'

입력 2024-02-04 06:11
[이광빈의 플랫폼S] 저탄소 '훼방꾼' 중국의 변신…미·유럽 '떨고있나'

작년 전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절반이 중국

'저탄소 비용 불만·전쟁 여파'에 유럽, 기후변화 대응 '감속'

미·EU, 중국의 기후보호산업 급성장에 '화들짝'…견제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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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전 세계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의 주요 훼방꾼이었던 중국의 변신이 심상치 않다.

탄소 배출량 1위 국가란 오명을 여전히 쓰고 있지만, 전 세계 기후보호산업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탄소 장벽'은 중국을 겨냥한 측면도 있는데, 중국은 이를 넘는 '저탄소 실크로드'를 만들어가는 형세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이 글로벌 탄소 감축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서방에서 점차 나오고 있다. 당장에 유럽의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을 자동차 최대 수출시장으로 여겨온 유럽 주요국들은 '전기차 전환'에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허를 찔린 셈이다.

◇ 중국 재생에너지 설비, 화력발전 추월…원전도 속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가 열릴 때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을 대변해왔다. 산업화가 늦은 개발도상국에 과도한 탄소 감축 의무를 지워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개발도상국의 탄소 저감을 위한 선진국들의 지원이 부족하다며 호통을 쳐왔다. 그러던 중국은 2020년 9월 시진핑 주석이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 2060년 이전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한 뒤 태도가 다소 유연하게 바뀌었다.

여기에는 자신감이 뒷받침됐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빠르게 늘려가는 데다,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의 '2023년 국가전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재생에너지 총 설비용량이 처음으로 화력발전소를 넘어섰다. 지난해 태양광과 풍력의 설비용량은 2022년 대비 각각 55%, 20% 정도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난해 신규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의 절반 정도를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은 원자력발전 용량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에서 원전을 가장 많이 짓는 국가다. 무려 28기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10기 건설이 새로 승인됐다. 탄소중립 목표를 세운 뒤 재생에너지 설비와 함께 원전 설비 확충에도 공을 들이는 것이다.

다만, 중국은 여전히 석탄 화력발전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를 대규모로 허가하면서 국제 환경단체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더구나 지난해 석탄 수입은 전년보다 62%나 급증했다.



◇ 머스크도 중국 전기차 성장에 '앓는 소리'

친환경 산업에서도 중국은 빠르게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기세가 매섭다. 중국 업체 BYD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꺾고 처음으로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BYD는 유럽 시장에서 영업력 확충에 주력 중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뿐만 아니라, 품질 면에서도 경쟁력을 높여 가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가 유럽에서 선호도가 높은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특히 중국 빅테크 샤오미가 이달부터 첫 전기차 양산에 들어가는 등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생태계로도 진입하고 있다. 올 초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박람회(CES)에서도 중국 업체 샤오펑은 100% 전기로 구동하는 '플라잉카'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4일 실적발표 뒤 "무역 장벽이 없다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경쟁사들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점유율은 8%에 이른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25년에는 15%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태양광 패널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유럽 태양광 업체들이 줄도산하는 실정이다.



◇ '저탄소 선도' 유럽, 최근 기후보호산업 전환 느려져

유럽 유수의 환경 관련 연구소들도 기후보호산업에서 중국의 약진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이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워 왔지만, 최근 더딘 행보를 보이는 점도 상대적으로 중국을 돋보이게 한다.

유럽 국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최근 저탄소 비용에 대한 내부의 정치적 불만이 커지자 속도 조절을 해왔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탈석탄화 계획을 속속 늦추기도 했다. 독일은 폐쇄를 추진 중이던 석탄 화력을 돌려 전력 위기에 대응했다.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스웨덴 정부는 2045년까지 목표했던 '넷제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난해 9월 선언했다.



◇ '중국 저탄소 기술을 견제하라'…마음 급한 EU·미국

중국이 저탄소 기술 시장에서 빠르게 양적 성과를 거두자 유럽은 본격적으로 견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노골적으로 중국 전기차의 약진에 우려를 표명하며 유럽연합(EU)의 조치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를 시작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중국 당국의 보조금을 받아 가격 경쟁력을 높였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수입 자동차 기본 관세(2.5%)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더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배터리 등에 대한 관세 인상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중국산 전기차가 미국의 정보 보안에 위협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보호 산업에서 중국의 빠른 성장이 글로벌 탄소 배출 노력을 등 떠미는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현재 재생에너지 공급망에서 중국의 막대한 투자 흐름을 볼 때 '2030 탄소 배출 정점' 목표가 조기에 달성될 수 있다"며 "5년, 10년 뒤에는 중국이 탄소 저감 분야에서 강자로서 목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탄소 장벽이 점점 높아지는 관련 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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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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