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늘어난 1월 아파트 거래량…신생아 대출이 이어받나
특례보금자리론 지난달 말 중단…작년 거래된 주택의 20%가 이용
신생아 대출 대상은 '2년내 출생아 가정'…최저 1%대 이자 '강점'
"특례보금자리보다 수요 창출 제한적이나 거래시장 '온기' 기대"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지난해 10월 이후 급감한 아파트 거래량이 1월 들어 소폭 증가한 모습이다.
지난해 주택 거래량 증가를 견인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지난달 29일자로 모두 종료된 가운데 바통을 이어받은 신생아 특례대출의 효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저출생 완화와 주택거래량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 급매거래? 특례보금자리론 일몰 여파?…1월 아파트 거래량 증가
최근 침체한 서울 아파트 거래 시장이 올해 들어 다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총 1천383건을 기록했다.
1월 아파트 계약분은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아직 한 달 가까이 남았는데, 벌써 지난해 12월 거래량(1천822건)의 76%까지 올라온 것이다.
지난해 12월 팔린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가 동기간 885건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500건 가까이 많은 셈이다.
이는 10월과 11월 말에 각각 신고됐던 당월 계약분이 1천∼1천100건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많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9월 말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6억∼9억원) 대출 중단 이후 급감하기 시작해 지난해 9월 3천400건이던 거래량이 10월에는 2천337건으로 1천건 이상 감소했고, 11월 1천843건, 12월은 1천822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1월 들어 거래가 늘기 시작해 이달 설 연휴를 고려하더라도 작년 10∼11월 수준으로 거래량이 회복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현지 중개업소에도 1월 들어서는 싼 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고 말한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작년 말부터 시작해 최근 한 달간 6건이 매매됐다.
2단지 전용 114.59㎡가 작년 12월 말 21억7천500만원에 팔린 데 이어 1월 초순에도 21억원에 거래됐고, 114.73㎡도 지난달 초 21억2천만원에 계약됐다.
전용 59.97㎡와 84.89㎡도 지난달에 각각 14억원, 17억4천만원에 매매됐다.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자와 매도자간 호가 격차가 커서 거래량이 많다고 볼 순 없지만 올해 들어 부쩍 매수 문의도 조금 늘고 계약도 성사되는 모습"이라며 "특히 중대형이 중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고 보고 매수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거래량 증가는 전국 단위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한국부동산원의 설명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만 해도 주 단위로 신고되는 거래 건수가 작년 말에는 400건대 초반까지 떨어졌는데, 1월 중순 이후부터는 500건을 넘어서고 있다"며 "완연한 거래량 회복으로 볼 순 없지만 일단 작년 말에 비하면 시장의 변화가 감지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호재로 뜨고 있는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경부동산포털에 따르면 현재까지 신고된 올해 1월 경기도 아파트 계약 건수는 총 1만1천424건으로, 작년 12월 1만6천329건의 70%까지 올라왔다. 이달 말까지 신고가 완료되면 2만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작년 말까지 집값 고점 인식에 따른 부담감,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지원 중단, 태영건설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위축됐던 매수세가 올해 들어 일부 살아난 배경은 뭘까.
일단 지난달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로 PF 불안심리가 다소 진정된 가운데 최근 거래 부진으로 시세보다 싼 매물이 등장하자 석달 이상 관망하던 매수자들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금리 인하를 기다리며 매도자들도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여서 최근 거래 부진에도 생각보다 호가 하락 폭은 크진 않다"며 "이달 들어 급매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조금씩 붙는다"고 말했다.
6억원 이하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지난달 29일로 종료되면서 막바지 대출 수요가 몰렸을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올라온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인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전체의 33.8%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12월의 28.8%에 비해 5.0%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극심한 거래 절벽이 나타난 2022년에는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40.2%에 달했다. 당시 6억∼9억원 거래 비중(21.0%)의 2배 수준이었다.
그러다 9억원 이하에 대해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전면 시행된 지난해 1월 30일부터 9월 26일까지는 6억원 이하 비중이 24.9%로 감소하는 대신 6억∼9억원 거래 비중이 27.8%로 높아졌다.
이후 작년 9월 27일부터 6억∼9억원 이하 일반형 대출이 중단된 뒤 지난해 말까지는 6억∼9억원 이하 비중이 25.4%로 감소하고, 다시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30.9%로 증가했다.
그러다 대출 마지막 달인 올해 1월에는 6억원 이하 비중이 이보다 3%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달 말까지 신고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6억원 이하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수요 증가가 1월 거래량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영향이 컸다면 반대로 특례보금자리론 종료로 2월부터는 거래량이 다시 감소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 작년 주택 매수자 20%가 특례보금자리론 받아…신생아 대출 효과는?
그렇다면 특례보금자리론 종료 이후 앞으로 주택시장은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과 자리바꿈을 한 신생아 특례대출에 주목한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에 대해 저리로 구매 및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주택가액 9억원 이하가 대상이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특례보금자리론과 같다.
그러나 특례보금자리론과 달리 면적이 전용면적 85㎡로 제한되고, 대출자에 대해 연소득 1억3천만원 이하 및 순자산 보유액 제약 요건이 추가됐다.
이에 비해 대출 이자는 주택구입 자금이 연 1.6∼3.3%, 전세자금이 1.1∼3.0%로 연 4%대였던 특례보금자리론보다 훨씬 유리하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엄밀히 저출생 문제 극복이 목적이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출은 아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이후 침체한 주택 거래 시장 회복에 신생아 특례대출이 '단비'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신생아 특례대출을 위해 주택 구입자금 26조6천억원. 전세자금 5조4천억원 등 총 32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앞서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작년 12월 말까지 유효신청 규모는 17만9천535건, 총 43조원이며, 이 가운데 11만771건, 금액 기준으로는 65.3%인 28조1천279억원이 신규 주택 구입자금 목적으로 쓰였는데 예산만 보면 그에 못지 않은 규모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작년에 팔린 주택(55만5천54건) 매수자의 20%(11만771건)가 이용했을 정도로 거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만 신청자 제약이 없던 특례보금자리론과 달리 신생아 특례대출은 지원 대상이 2023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가 있는 경우가 제한되는 점이 한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의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 수준인 21만3천571명으로 12월 예상 출생아 수를 합쳐도 연간 출생아 수는 23만명에 못미칠 전망이다.
여기에다 올해 새로 태어나는 출생아 수를 포함해 40만여명이 올해 거래 시장에 영향을 줄 잠재적인 유효수요로 꼽힌다.
관건은 이 가운데서도 실제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나설 신혼부부가 얼마나 될지에 달려 있다.
일단 신생아 특례대출은 신청 첫날인 지난달 2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접속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다만 이들의 절반 이상은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닌 저리의 이자로 갈아타기 위한 대환대출 수요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일주일 정도의 대출 실적을 취합해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신생아 대출이 침체한 거래 시장에 온기는 불어넣을 수 있지만 특례보금자리론만큼의 거래량 견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현재 주택시장이 침체돼 있고, 집값도 하락하고 있는 만큼 수요자들도 시간을 두고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저 연 1%의 대출금리는 출산 예정 신혼부부에겐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특례보금자리론과 달리 대상자가 제한된 것이 한계"라며 "지난해 거래량과 집값 상승을 이끈 특례보금자리론보다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국적으로 아파트 구매 수요 1위가 신혼부부가 많은 30대인 만큼 생각보다 시장에 더 미치는 영향이 클 수도 있다.
고금리가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DSR 적용 없이 1%대의 초저금리 대출이 가능하고, 소득제한이 있지만 디딤돌대출 등 기존 정책자금 대상에 비해서는 훨씬 완화된 조건이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김규정 자산관리승계연구소장은 "집값 하락기를 틈타 서울 강북지역이나 GTX 호재가 있는 수도권의 급매물을 잡으려는 신혼부부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매매보다 전세 거래에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매매 수요 증가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오히려 저리의 대출을 받아 주택 면적을 넓혀가거나 상급지로 이사 가려는 전세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