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수출국' 됐지만…中 자동차산업 수익성 해마다 악화
8년새 이익률 3.7%포인트↓…'흑자' 내연차 시장 축소·'성장' 신에너지차 적자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작년 사상 처음으로 세계 자동차 수출 1위 국가로 떠올랐으나 자동차업계 수익성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1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가 집계한 작년 자동차업계 매출은 10조976억위안(약 1천890조원)으로 2022년 대비 12% 증가했다.
중국 자동차업계와 관영매체들은 전체 매출이 10조위안을 넘어섰고, 수출량도 세계 선두가 됐다는 점을 들어 "우수한 성적"이라고 자평했지만 '수익성'을 놓고 보면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성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중국 자동차업계의 이윤은 5천86억위안(약 95조원)으로 2022년에 비해 5.9% 증가하기는 했지만, 이익률 자체는 중국 공업 평균(5.8%)에 못 미치는 5.0%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지 자동차업계 이익률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제일재경은 2015년 8.7%였던 업계 이익률이 2016년 8.3%→2017년 7.8%→2018년 7.3%→2019년 6.3%→2020년 6.2%→2021년 6.1%→2022년 5.7%→2023년 5.0%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과 비교하면 작년 이익률은 8년 새 3.7%포인트 떨어진 셈이다.
차량 1대 이윤은 2015∼2018년 2만4천위안(약 450만원)에서 2만2천위안(약 41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이후 2만위안(약 370만원)대로, 작년에는 1만6천900위안(약 317만원)으로 줄었다.
추이둥수 CPCA 비서장 역시 "자동차업계 이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며 "앞선 몇 해의 이익률 하락 추세를 종합해보면, 최근 자동차업계의 이익 하락 폭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추이 비서장은 "이윤 원천에 변화가 생겼는데, 2023년에는 주로 수출과 고급 차에 의존함으로써 대부분 기업의 이익이 크게 떨어졌고 일부 기업의 생존 압박도 커졌다"며 "현재 내연 자동차 시장은 수익성이 있지만 빠르게 쇠퇴하고 있고, 신에너지차 시장은 고성장 중이지만 손실이 크다는 모순적인 압박이 있다"고 짚었다.
제일재경은 신에너지차 시장이 대체로 적자 상태인데 자동차 제조사가 늘면서 작년 한 해 '가격 전쟁'을 여러 차례 벌인 것 역시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을 제시했다.
업계 분석기관 퉁화순의 통계 데이터를 보면 작년 3분기 기준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승용차업체 20곳 가운데 둥펑자동차(-61.95%)와 광저우자동차(-44%), 창청자동차(-38.79%), 상하이자동차(-9.8%) 등 7곳의 순이익이 감소했다. 신에너지차 제조사 대부분도 적자를 봤고, 일부 기업은 손실 폭이 계속 늘고 있다.
산업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중복 투자가 이뤄지니 '노는 설비'가 늘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2022년 말 기준 중국 승용차 생산 능력은 4천289만대였는데 실제 생산은 2천702만대로 설비 이용률이 63%에 그쳤다. 제일재경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상 설비 이용률이 75%에 못 미치면 심각한 과잉이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제일재경은 "외자 자동차기업의 이익률은 여전히 국내 기업보다 크게 높다"며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외자기업은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 유럽과 미국의 성숙한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냈고, 이런 시장에는 과도한 경쟁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매체는 "국내 시장의 경쟁은 극심한데 중국 브랜드는 글로벌 기업이 아니니 국내 시장에서 가격 인하 전략으로 점유율을 확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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