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② 미국내 북한 전문가 7인이 보는 한반도 위기 상황과 전망

입력 2024-01-29 09:30
[진단]② 미국내 북한 전문가 7인이 보는 한반도 위기 상황과 전망

"상황 위험하지만 전쟁 임박하진 않아…北, 경제집중·러에 무기제공"

"한미훈련·美 대선 때 도발 예상…美 선거의 해에 北 도발 375% 증가"

"김정은의 공세적 엄포는 北 내부용…한미동맹 훼손 유도 위한 포석일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상호 김동현 특파원 = 미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28일(현지시간) 최근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긴장이 고조되고 군사적 충돌 위험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한목소리로 평가했다.

이들은 그러나 현재의 위기 상황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임박했다고 볼 수준까지 이른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들은 한반도에서의 우발적, 국지적 충돌이 전면전과 같은 더 큰 위기 국면으로 급변할 수 있는 폭발성과 심각성을 강조하며 면밀한 상황 주시와 신중한 대응을 강조했다.

연합뉴스는 북한의 군사도발이 해를 넘겨 지속되고 있고, 대남 위협 발언이 최근 들어 부쩍 강경해진 것과 관련, 미국내 7인의 북한 전문가들에게 전화 및 서면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견해에 대해 취재했다.

다음은 이들이 밝힌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평가와 북한의 의도, 한국과 미국의 대응 전략에 대한 입장.



◇ 시드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

전쟁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 북한은 작년 말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이후 경제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

가장 최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는 김정은의 지방 발전 계획을 논의했다. 전쟁을 준비하는 국가가 할 행동이나 우선순위가 아니다. 지금 상황이 유달리 더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릴만한 이유나 증거가 없다.

하지만 북한이 남한을 핵무기로 위협하고 지배하려고 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일이다. 북한이 남한에 대한 핵공격을 고려할 가능성을 우려할 필요는 있다.

김정은은 선거철에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 약화를 노리는 것 같다. 한국과 미국에서 '지금의 대북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그냥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제재 완화 요구를 들어주고 북한의 조건에 맞춰 대화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토의가 시작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하기를 완전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대북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한 두달 뒤면 한미연합훈련을 할텐데 북한이 도발하면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이 살상 위험이 있는 물리적 도발까지 감행할지는 불확실하지만, 서해는 북한이 남한의 강력한 대응을 유도하는 형태의 도발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확장억제력을 계속 강화하고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억제하는 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큰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김정은이 이해하도록 효과적인 메시지와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한국석좌

한반도의 상황이 우려되고 분명 긴장이 고조됐지만 아직 칼린(로버트 칼린 미국 미들베리연구소 연구원)과 해커(스탠퍼드대학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의 주장처럼 지금이 한국전쟁 직전과 같고, 북한의 공격이 임박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북한이 남한의 대응을 유도하려고 도발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오판에 따른 충돌이 일어날 수 있지만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최근 북한의 가장 큰 변화는 남한과의 통일을 포기한다고 선언한 것인데 관련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난 북한이 남한을 상대하지 않고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남한과 대화하는 게 미국과 회담을 얻어내고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게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이 남한을 기본적으로 상대하지 않기로 한 것 같다.

문제는 김정은이 미국과는 대화와 외교를 할 의향이 있느냐인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을 받아 더 자신감이 생겼다. 김정은은 새로운 대외 전략을 짜려는 것 같다.

북한이 남한 영토로 사격하면 매우 큰 도발이 될 것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때는 남한이 더 강력하게 보복하고 싶어했지만 미국이 당시 이명박 정부를 제어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대북 관점이 비슷하기 때문에 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난 북한이 올해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핵 역량과 기술을 시험하기를 원할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핵실험을 할 것이다. 북한은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할 순간을 노릴 터이고 선거철에 그런 도발이 일어날 수 있다.



◇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정은의 공세적인 엄포는 평소대로 북한 내부를 안정시키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남한이 한미동맹을 훼손할 행동을 하도록 유인하려는 목적도 있다.

작년 6월에 공개된 국가정보위원회(NIC) 평가를 보면 미국 정보당국은 김정은이 정권이 위태롭다고 믿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만약 김정은이 정권이 정말 심각한 내부 도전에 직면했다고 느낀다면 그는 군사적으로 매우 공격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군에서 가장 강력한 부대가 쿠데타를 일으켜 평양으로 북진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남한 침공을 명령할 수도 있다.

정보당국은 또 북한이 핵무기 때문에 한미가 보복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제한적인 수준의 군사행동으로 한국을 압박하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군에 북한이 무력으로 도발할 경우 응사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대응 수위가 높아질 것이고, 김정은이 다시 남한의 대응에 보복할 필요를 느끼면서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말 상황이 절망적이지 않은 한 김정은이 대규모 전쟁을 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제한적인 규모의 공격을 통해 한반도를 긴장이 고조되는 악순환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한미 양국은 방어 역량을 강화하고 북한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할 가능성에 대응할 계획을 세워 적절히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대부분 증거는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무기를 비축하는 대신 러시아에 보내고 있고, 경제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은은 당장은 미국이나 한국과의 협력을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에 다른 정부가 들어서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은 미국과의 외교에 실패한 뒤 2021년에 선언한 계획에 따라 군사력을 확충하고 싶어 한다.

그는 또 우주·국방 사업을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러시아와 장기적인 국방 협력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중국과의 관계에서 지렛대로 활용해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제어하기를 원한다면 더 큰 대가를 지급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



◇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 대리

칼린-해커 주장이 촉발한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불안과, 언론 및 싱크탱크의 격렬한 반응은 곧 잦아들고, 한미동맹은 지속적인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이전과 같은 지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미동맹은 강력하고 확고한 억제력 및 대응 태세를 유지하면서도 고조되는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균형을 찾을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발적으로 또는 고의로 분쟁이나 심지어 전쟁이 일어날 위험을 줄일 것이다. 아직은 전쟁이 일어날 상황까지 가지 않았다.

김정은과 그의 정권은 위협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전술·전략 무기체계를 고도화하려고 끈질기게 노력하면서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굳건하고 확고한 억제력과 대비 태세를 유지하겠다는 철통같은 약속에 따라 북한의 이런 도발에 대응할 의무가 있다. 지금까지 한미동맹의 대응, 그리고 일정 부분 일본을 포함한 대응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공격적인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 for tat)식의 접근은 미국의 방위공약을 가시적으로 재확인(reassurance)해야 하는 필요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긴장과 비무장지대(DMZ)에서 충돌이 일어날 위험을 키우고, 억제력으로서의 효용이 한계에 달했다는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현재 한반도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미국과 상충할 수 있다. 한미동맹을 분열시키는 쟁점이 될 수도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전망과 기회를 주시하면서 이런 점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북한의 도발 수위를 사다리에 비유하자면 북한이 전쟁까지 가기 전에 할 수 있는 여러 단계가 있다. 난 북한이 전면전을 하기 전에 더 낮은 수위의 도발을 먼저 할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는 북한의 잦은 무력시위와 도발로 점철된 해가 될 것이다.

CSIS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의 선거철에는 북한의 군사활동이 증가했다. 특히 김정은 정권에서는 미국의 주요 선거가 있는 해에 북한의 도발이 김정일 정권에 비해 375% 늘었다. 확실히 최근 북한에서 나오는 발언의 강도가 높아졌고 이는 우려할만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이 같은 행동 양식은 바이든 행정부 내내 있었던 전반적인 도발 활동 증가와 맥을 같이한다. 북한의 도발 횟수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평균 10회였는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30회로 늘었다.

지금이 선거철인 데다 한미가 통상 2∼3월에 하는 연합훈련에 북한이 반발할 것을 생각하면 올해 1분기 상황이 특히 나쁠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와 투발 수단을 완성하려고 하고 있으며 그 무엇도 이를 막을 수 없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것은 북한의 핵무력 완성 노력에 따른 부수적 효과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행동이 한미와 한미일 관계 강화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지만 난 오히려 한미, 한미일 군사훈련이 평화를 보장한다고 생각한다. 훈련은 김정은이 미국이 남한을 돕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고 오판하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오판과 오해로 전쟁이 우발적으로 발생할 위험이 항상 있지만 김정은이 금방이라도 전쟁을 하려고 한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남북한의 위협적인 수사가 2018∼2019년보다 강도가 높지만 2013년이나 2017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수사가 우려되는 이유는 남북한 모두 선제공격 교리와 적극적인 억제 정책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북한 간 대화 부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혼란도 우려스럽다.

북한이 최근 긴장 수위를 높이는 배경에는 한국과 미국의 적대정책에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또 (민생보다)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더 우선하는 정책을 북한 주민들에게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북한이 연평도 포격과 같은 공격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남한이 북한의 도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에 북한이 2015년 목함 지뢰 사건처럼 책임 소재를 밝히기 어려운 방식으로 도발하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협상을 재개하기 전에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위기를 조성해온 전례가 있다. 실제 지금까지 미국과 북한 간 모든 중요한 합의는 위기가 발생한 뒤에 이뤄졌다. 우리는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고 협상으로 직행해야 한다.

한미는 군사적으로만 대비하는 대신 외교를 강조하는 대북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한미동맹은 억제력에만 너무 집중하고, 외교적인 수단은 전부 무시하고 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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