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우크라 지원' 경고 러, 韓 안보 위협행위부터 중단해야
(서울=연합뉴스) 러시아가 한국 정부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무모한 행동'을 하면 양국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때 우호적이었던 러시아와 관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무모한 행동에 대해 한국 정부에 경고한다"고 말했다. 무모한 행동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으나 "한국 국방 수장이 치명적인 무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군사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기술협력을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이는 입증되지도 않았고 근거도 없다며 북한과의 무기 거래 의혹은 일축했다.
러시아 측의 위협 발언은 같은 날 유엔 군축회의에서 북한과 러시아 간 탄도미사일 거래 문제가 집중 거론된 직후 나왔다. 한국은 탄도미사일 거래의 불법성과 악영향을 지적했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도 심각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제사회가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무기 거래를 기정사실화하며 비난하자, 러시아가 신원식 국방장관의 발언을 꼬투리 삼아 역공을 편 셈이다. 신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지원이 자유세계 일원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인도주의·재정적 지원으로 제한한 "(정부)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러시아의 위협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지난해 12월 26일 한국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682개 품목을 추가로 대러 수출 제한하자 당시에도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한국이 미국 요청에 따라 비우호적 조처를 했다"면서 보복을 언급한 바 있다
이달 초 미국은 최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수십발의 탄도미사일을 받았고 그중 일부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방러 이후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실제 성사될 경우 양국이 무기와 군사기술을 교환하는 선을 넘어 군사동맹 수준으로 밀착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처럼 한반도 안보에 치명적인 군사기술을 북한에 이전한다는 의혹을 받는 러시아가 한국에 '우크라이나 지원 경고장'을 날린 것은 적반하장과 같은 일이다. 탄도미사일 거래를 비롯한 북러 간 군사기술 협력은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러시아는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28일 "한러관계의 관리에 있어서는 향후 러시아의 관련 향배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고 밝히고,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거듭 확인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신임 주한 러시아 대사도 이달 중순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다면 양국이 파트너십 관계를 복원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레드라인은 물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직접 지원이다. 러시아와 지속적인 소통으로 이해를 넓히면서도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통해 북러 관계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진전되는 걸 막는 것이 시급하다. 실리를 살리는 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