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금융권 PF 충당금 일대일 점검…사업성 평가 기준 제시
만기연장 기댄 '좀비 사업장' 본격 정리, 경·공매 쏟아질 듯
PF 시행사 자기자본 요건 상향 검토…증권사 NCR 규제 강화도
(서울=연합뉴스) 이율 임수정 채새롬 오지은 기자 = 금융감독원이 내달 결산 검사에 돌입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수준을 집중 점검한다.
금감원은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해당 기준에 맞지 않은 충당금 적립 시 일대일 면담을 통해 압박 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금융권 충당금 확대를 통한 손실흡수 능력을 키워놓은 뒤 전국 3천여개에 달하는 PF 사업장에 대한 본격 정리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 2금융권 대상 회의·지도 공문…"미착공 브릿지론 손실 100% 인식"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5일 저축은행과 캐피탈, 상호금융 업계 임원들을 불러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었다.
금감원은 작년 말 결산 시 PF 부실에 대비해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을 할 것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본 PF 전환이 안 되는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결산 시 예상 손실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본 PF로 전환된 사업장 중에서도 공사가 지연되거나 분양률이 낮은 경우 과거 경험 손실률 등을 감안해 충당금을 쌓아달라고 주문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일반 대출처럼 분류되는 토지담보대출이 사실상 PF 대출 성격을 지닌 만큼 PF 대출 수준으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F 대출의 충당금 적립률은 정상(2%), 요주의(10%), 고정(30%), 회수의문(75%), 추정손실(100%) 등 연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이자 유예나 만기 연장을 통해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했던 PF 대출이 대거 고정 이하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최근 증권업계에도 충당금 적립과 관련해 보수적인 기준을 주문하는 지도 공문을 발송했다.
금감원은 내달부터 본격 진행되는 작년 말 기준 결산 검사에서 PF 부실 대비 충당금 적립 적정성을 집중 점검한다.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금융회사는 원칙적으로 충당금을 최대한 적립하도록 했는데, 이를 회피하고 배당이나 성과급 지급에 우선순위를 둘 경우 엄중 제재도 예고한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국 차원에서 일대일 면담을 통해 밀착 점검할 것"이라며 "자산 건전성 분류나 충당금 적정성을 제대로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부실 사업장 분류 기준과 충당금 적립 방안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사업성 평가 기준도 만들고 그에 따른 충당금 적립 수준도 강화할 것"이라며 "현재 가장 중요한 건 작년 말 결산 시점을 맞아 손실흡수 능력을 제고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PF 대출 연체율 계속 오르는데…3천여곳 중 경·공매 120곳
금감원은 충당금 선제 적립을 통해 PF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PF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2.42%로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PF 연체율이 같은 기간 2.05%에서 5.56%로 뛰었다.
그러나 금융사들이 만기 연장을 통해 부실을 이연시키는 방식만 고수하다 보니 PF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상당수 사업장은 금융사의 손실 인식 우려,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등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멈춰선 상태다.
사업성이 부족해 경·공매가 진행 중인 PF 사업장은 지난 9월 말 120곳으로 집계됐는데, 전체 PF 사업장 3천여곳 대비 4% 수준에 불과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공매나 매각 등이 잘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답답함이 있다"며 "(토지 가격이) 빨리 적정 시장 가격에 맞춰져야 낮은 가격에 산 사업자들이 다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그래야 다시 건설도 일어날 수 있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 PF 제도 '대수술…시행사 자본 요건·증권사 NCR 규제 등 강화
금융당국은 PF 시장의 근본적인 제도 개편에도 착수한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부동산 개발 사업 추진 방식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조세재정연구원·국토연구원에 맡겨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연구용역은 올해 상반기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우선 정부는 부동산 PF 사업자의 자기 책임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현재 시행사들은 토지 매입비부터 대출을 일으켜 수조원대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나서왔는데, 이러한 구조가 부동산 경기 하강기에 금융권과 건설업계 전체에 '부실 도미노'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와 관련 "100%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 책임이 될 수 있는 상태에서 부동산 개발 시행을 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증권사의 PF 관련 순자본비율(NCR) 위험값 산정 체계 개편도 이뤄진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많고, 연체율이 높은 증권사들도 PF 부실의 주요 고리라고 판단한다.
작년 9월 말 기준 증권업계 PF 대출 잔액은 6조3천억원이다. 연체율은 13.85%로 전 금융업권 중 가장 높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대출에 적용되는 NCR 위험값은 사업장별 단계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따라 차등해 적용하고, 지급보증에 대해서는 NCR 위험값을 올리는 방향으로 규제 개선을 검토 중이다.
특히 지급보증에 대한 NCR 위험값이 너무 낮아 그간 증권사가 직접 대출 대신 지급보증으로 쏠린 측면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부동산 PF 관련 증권사의 직접 대출에는 NCR 위험값 100%를 적용하지만, 대출채권에 채무보증 등 지급보증한 건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NCR 위험값 18%를 적용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는 지급보증 안에서도 브릿지론과 본 PF의 리스크가 다른데 동일한 위험값이 적용되고, 브릿지론 중에서도 선순위·후순위 구분 없이 동일한 위험값이 적용된다"며 "앞으로는 경제적 실질에 맞는 위험값을 부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당국 관계자는 "지금 갑자기 시행하면 업계에 혼선이 생기고 NCR을 못 맞추는 곳이 생길 수도 있다"며 "시장 상황을 보고 안정화가 되면 연내 제도 시행 시점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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