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차세대 약물 전달체 '엑소좀'…진단·화장품 등 잠재력 무궁무진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새로운 방식의 신약이 등장하면서 약물을 필요한 곳에 정확히 배달하기 위한 전달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포에서 유래한 천연 전달체인 '엑소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엑소좀은 세포가 외부로 분비한 '세포 외 소포'의 한 종류로, 크기는 50~150㎚(나노미터) 정도이다.
인체 내 대부분 세포가 엑소좀을 분비하며 침이나 소변 등 체액에서도 엑소좀이 발견된다고 알려졌다.
소포는 자신이 떨어져나온 세포의 구성 성분과 동일한 핵산, 단백질, 지질 등을 함유한다. 소포가 다른 세포에 흡수되면, 소포는 보유한 내용물을 방출해 자신이 유래한 세포의 정보를 전달하며 세포 간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한다.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엑소좀에 약물이나 단백질을 추가하면 높은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 엑소좀은 세포막과 유사한 구조라 생체 조직을 잘 통과할 수 있어 목표로 하는 세포에 약물을 정확히 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BACE-1이라는 단백질의 활성을 막는 치료제를 엑소좀에 넣어 몸 안에 투여하면, 이 엑소좀이 BACE-1의 활성과 관련 있는 뇌의 신경세포 등으로 이동해 BACE-1의 발현을 억제할 수 있다.
전달체로서뿐 아니라 엑소좀 내 특정 생체 분자를 검출해 질병을 진단하는 분야와 화장품 분야에서 활용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도 엑소좀 연구에 활발히 뛰어들고 있다.
해외에서는 세계적 제약사 로슈 등이 엑소좀 개발 기업과 협력을 진행했으며, 국내에서는 최근 동아에스티[170900]가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부터 밀크엑소좀 기술에 관한 특허 권리를 양도받았다.
밀크엑소좀은 우유에서 분리한 엑소좀인데, 동물 세포에서 유래한 엑소좀에 비해 생산성이 높고, 먹는 형태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바이오 소재 기업 지에프씨생명과학[388610]도 최근 바이오 기업 제노헬릭스와 엑소좀 소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기술적 한계가 존재해 시판되는 치료제는 없는 상태이다.
화장품 분야에선 메디톡스[086900]가 효모 균주에서 추출한 엑소좀에 다양한 피부 개선 성분을 탑재하는 기술을 적용한 화장품인 '뉴라덤 코어타임 앰플'을 최근 출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낸 '식의약 R&D 이슈 보고서'에서 "순도 높은 엑소좀을 분리하는 작업은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목표 물질을 탑재한 엑소좀을 생산해 제품화까지 진행하는 일 또한 쉽지 않다"며 "엑소좀의 균일한 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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