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2월1일부터 유로화만 사용…세르비아 강력 반발
'발칸반도 화약고' 새 뇌관될라…EU 등 국제사회 촉각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코소보 정부가 유로화 사용을 강제하는 규정을 도입함에 따라 이 문제가 세르비아와 갈등에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2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전문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코소보 중앙은행은 2월 1일부터 새로운 현금 운영 규정을 시행한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이 규정은 코소보에서 현금 및 디지털 결제가 허용되는 유일한 통화는 유로화라고 명시했다.
중앙은행은 "유로화 이외 다른 통화는 실물 형태로 보관하거나 비(非) 유로화 은행 계좌에 예치하거나 외환 거래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08년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한 코소보는 유로화를 공식 통화로 채택했지만, 세르비아계 주민이 대다수인 북부지역은 여전히 실생활에서 세르비아 통화인 디나르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정당과 세르비아 대통령은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주민이 주요 통화로 디나르를 사용한다는 점을 들어 이번 새로운 규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코소보 내 최대 세르비아계 정당인 세르비아 리스트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 "이번 결정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세르비아인을 추방하는 것이자 세르비아 국민의 물리적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코소보에서 디나르화 사용 금지에 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규탄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지난주 다보스 포럼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새 규정의 시행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세르비아 국영 방송 RTS가 보도했다.
'발칸반도의 화약고'인 코소보와 세르비아 사이에서 또다시 갈등이 재점화할 기미가 보이자 EU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피터 스타노 EU 대변인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EU 집행위는 이번 결정을 분석하고 코소보 정부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코소보와 세르비아가 관계 정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율되지 않은 행동을 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가 긴장하는 것은 코소보와 세르비아가 이미 참혹한 피의 분쟁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의 일부이던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1만3천여명이 숨지는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코소보는 2008년 유엔과 미국·서유럽 등의 승인 아래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코소보를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두 나라는 최근 몇 달 동안 일촉즉발의 상황을 여러 차례 맞았다.
지난해 5월에는 코소보 북부 지역에서 새로 선출된 알바니아계 시장이 취임하려 하자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당선자의 출근을 막으려고 시청으로 몰려가면서 충돌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인 30명이 다쳤다.
같은 해 9월에는 코소보 북부의 세르비아 접경 지역에서 코소보 경찰과 세르비아계 무장세력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해 경찰관 1명과 무장 괴한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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