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서 조기에 쐐기박나…디샌티스 하차에 웃는 트럼프
디샌티스 지지층 흡수 기대…전문가 "트럼프, 뉴햄프셔 60% 득표 예상"
"힘든 국면 맞을 수도" '뉴햄프셔 올인' 헤일리 비상…反트럼프 결집 총력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21일(현지시간) 후보직 사퇴를 전격 발표하면서 공화당의 경선 판세가 출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 독주 체제 속에서 2위 자리를 놓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디샌티스 주지사가 경선 레이스에서 조기에 하차하면서 공화당 경선 전체 판도에 미칠 여파에 각 후보 진영 등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두 번째 경선인 23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디샌티스 주지사의 후보직 사퇴를 두고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15일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주에서 50%가 넘는 득표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햄프셔주 경선에선 이보다 더 높은 60%의 득표율을 얻어 조기에 대세론을 굳힐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중도하차와 트럼프 지지 선언으로 헤일리 전 대사가 다음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주에서 훨씬 더 힘겨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00년과 2008년 존 매케인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뉴햄프셔 공화당 전략가 마이크 데너히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사퇴로 "이제 트럼프가 뉴햄프셔에서 60%의 득표율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도 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뉴햄프셔주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라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도 몇 달간 50%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반면 헤일리 전 대사는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주지사의 지지 선언 등으로 기세를 올리면서 뉴햄프셔주에서 이변을 연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었다.
폴리티코는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에서 50% 넘는 득표율로 승리한 이후 "모든 것이 헤일리 전 대사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고 짚었다.
비벡 라마스와미, 디샌티스 주지사 등 아이오와 경선이 끝난 이후 잇따라 하차한 주자들의 지지층도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흡수되는 분위기다.
라마스와미도 디샌티스 주지사와 마찬가지로 경선 후보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폴리티코는 라마스와미의 지지자들이 뉴햄프셔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로 돌아서기 시작했으며, 디샌티스 주지사를 지지해온 보수 공화당과 자유주의 성향의 지지자 중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CNN 방송과 뉴햄프셔대학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 지자자의 62%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번째 선택지로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서퍽대가 보스턴글로브 등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디샌티스 지지자의 5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 번째 후보로 선택했으며 헤일리 전 대사를 꼽은 비율은 33%였다.
여론조사에서 6~7%를 오가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이 낮긴 하지만 그의 지지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면 남은 경선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퍽대의 여론조사 책임자 데이비드 팔레올로고스는 "우리가 진행한 모든 추적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50% 이상을 기록했고, 월요일(15일) 이후엔 선두(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면서 "양자 (대결) 시나리오에서 트럼프가 50%를 얻지 못하면 승리하지 못하는데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뉴햄프셔에서 트럼프의 공화당 장악(Grip)이 분명하다' 제목의 기사에서 뉴햄프셔 민심을 전했다.
셸리 매클로플린(79)은 WSJ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오히려 그녀의 지지를 더욱 굳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그들이 나를 쫓는 게 아니라 당신들을 쫓는 것'이라고 끊임없이 말했는데 그가 전적으로 맞다"고 했다.
딘 예른스트롬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겼다는 걸 알았을 때 일하러 가면서 울었다"면서 "그날 이후 나는 그를 사랑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다.
뉴햄프셔 출신의 공화당 전략가인 매튜 바틀릿은 "'그녀(헤일리)가 전 대통령(트럼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뉴햄프셔에서 그녀를 끝장내고 MAGA 땅의 은총으로 돌아가자'로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첫 경선 지역인 아이오와에서의 부진을 털고 강세 지역인 뉴햄프셔에서 뒤집기를 시도, 반전의 모멘텀을 확보하려던 헤일리로선 악재를 만난 셈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다만 헤일리 전 대사는 디샌티스의 후보직 사퇴로 2파전으로 구도가 선명하게 재편된 만큼 중도 표심과 반트럼프 진영을 결집, 승기를 잡음으로써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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