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우여곡절' 단통법 폐지…싼 단말기 기대·과점 우려 교차
(서울=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10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된 데는 휴대전화 단말기가 가계 통신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각종 보조금이 늘면서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제정 당시 기치로 내건 '유통 시장 건전화'가 소득 없이 끝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생활 규제 개혁'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어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와 유통망 추가지원금 상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 시행 후 불법 보조금이 횡행하던 단말기 유통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동통신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소극적으로 집행하면서 유통망이 위축되고 소비자 후생이 줄었다는 문제 제기가 함께 이뤄졌다.
최근 들어 100만∼200만 원대 단말기들이 시장 주류를 이루고, 이동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3년 연속 4조원을 넘자 이런 요구가 거세졌다.
통신업계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단통법 폐지가 시장에 미칠 파장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에 대한 요금 규제도 세고, 10년 전만큼 수익성이 나지도 않는 상황"이라면서 "경쟁이 일어날 환경은 만들어졌는데, 실질적인 재원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눈치 게임 정도는 있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법의 상징성을 활용한 정치적 행위라는 분석도 있었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다른 관계자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 요금제, 저가 요금제 등 총선을 앞두고 하나둘씩 가지고 있는 카드를 꺼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단통법 폐지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휴대전화 유통망은 '변화의 시작'이라면서도 애써 표정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을 회원으로 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단통법이) 실효성이 없던 것은 10년 동안 검증된 것 아니냐"면서 "이용자 혜택이 증대되기 위해 논의를 시작했다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단통법의 실패를 꼬집으면서도, 대안 없는 폐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단통법이) 입법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서도 "대책 없이 수명을 다했으니 법을 폐기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통신 시장 유통구조를 바꿀만한 정책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통신 시장 과점 체제 개선을 내세웠던 것과 배치되는 정책을 내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제4 이동통신을 공모하고 알뜰폰 사업자(MVNO) 육성을 통해 통신시장 과점체제를 개선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보조금 경쟁이 격화하면,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고 당장 재원도 부족한 신규 이동통신사업자와 알뜰폰(MVNO) 사업자의 고객 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가)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급제 단말기와 알뜰폰 요금제 선택하는 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서 옛날처럼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도 브리핑에서 "사업자 간 과도한 출혈경쟁과 단통법 제정의 취지가 됐던 이용자 차별 행위에 대해선 여전히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면서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정부는 시장 모니터링을 더 강화하고 예상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acd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