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직접충돌 공포…대리전 격화에 '레드라인' 몰릴 수도
미국·이스라엘, 친이란 무장세력 지휘부 계속 암살
친이란세력, 홍해 민간선박 공격·미군기지 공습
"미국·이란 둘다 직접행동 불가피한 형국 빠질 위험"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의 긴장이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충돌을 우려할 수준으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7일(현지시간) 개전 이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4차례 중동에 파견하는 등 확전을 막기 위해 애써왔지만 가시적 성과가 없다.
이란이 지원하는 중동 내 무장 세력들은 전쟁 이후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미군·연합군 기지에 140여차례 로켓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며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친이란 이라크 현지 무장세력인 이슬라믹 레지스턴스(Islamic Resistance)가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서부 알아사드 공군 기지에 수차례 탄도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해 미국인이 여럿 다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홍해에서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민간선박을 공격하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와도 무력공방을 이어간다.
미군은 후티가 지난해 11월 홍해에서 무력 도발을 시작한 이래 총 7차례에 걸쳐 후티가 도발을 준비하는 원점이나 근거지 주요 시설에 폭격을 가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이 숨진 데 이어 이달 20일에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혁명수비대 고위 관리 등 최소 5명이 숨졌다.
이란은 이날 공습 이후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시온주의자 정권의 범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레바논 국경 지대에서는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충돌이 보복의 악순환 형태로 되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일단 미국과 이란은 양국의 직접 충돌만큼은 피하기 위해 조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란은 직접 공격에 나서기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주변국 친이란 세력을 통한 대리전의 뒤를 지키고 있으며 미국도 보복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살얼음판을 걷는 이 같은 형국은 예민한 속성을 볼 때 오래 지속될 수 없고 '레드라인'(용납할 수 없는 행위)에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압박에도 가자지구에서 고강도 전쟁을 지속하는 동시에 시리아, 레바논 등 주변국에서도 공격을 이어가면서 현재 균형도 깨질 위기라고 21일 지적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는 이란이 이라크, 시리아, 파키스탄 등 주변 3국이 최근 연쇄 폭격한 사실을 주목하며 이를 억제력 복원을 위해 직접행동에 몰린 것으로 관측했다.
바에즈는 "이란은 아직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피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전쟁 확대의 명분을 만들고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해 이란을 도발하며 함정을 놓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주장했다.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중동 확전을 피하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국도 레드라인에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자 전쟁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나거나 이스라엘이 전쟁 강도를 낮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을 겨냥한 무력 도발이 이어진다면 미국도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데이비드 밀러는 단 하나의 오판이나 테러 공격만으로도 중동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밀러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고 여러 공격 중 하나가 미국인 다수의 인명 피해를 내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바이든 행정부도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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