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연초부터 775개 품목 가격 인상…중간값 4.5%↑
인플레이션율보다 높아 미국 정부 조사 부를 가능성
오젬픽 3.5%·마운자로 4.5%↑…인상 발표 뒤이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글로벌 제약사들이 새해 초 800개 가까운 인기 의약품의 가격을 올리며 '연례행사'를 벌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보름 동안 유명 비만 치료제들을 비롯해 널리 사용되는 775개 브랜드 약품(brand-name drugs)의 가격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WSJ은 비영리 의약품 가격 분석 단체 '46브루클린 리서치'(46brooklyn Research)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제약회사들은 중간값으로 4.5% 인상했지만, 일부는 10% 이상 올렸다.
중간값 4.5% 인상은 지난해 12월 3.4%까지 치솟았던 인플레이션율보다 높다.
WSJ은 이런 인상이 미국 연방정부가 의약품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조처를 마련하는 가운데 이뤄져 업계에 대한 정밀 조사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인상에서 눈에 띄는 것으로는 비만치료제들로 쓰이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Ozempic),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Mounjaro)가 꼽혔다.
체중 감량을 위해 복용하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가격은 한 달 분량 기준으로 거의 970달러(130만원)에 달해 3.5% 올랐다.
역시 체중 감량에 널리 사용되는 당뇨병 약물 마운자로는 한 달 치가 약 1천70달러(143만원)로 4.5% 뛰었다.
노보 노디스크 측은 시장 상황이나 인플레이션 같은 요인을 고려했으며 미국 내 인상은 2016년 이후 한 자릿수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라이 릴리도 의약품의 가치, 효능, 안전성에 따라 가격을 책정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간값 이상으로 오른 것은 미국 버텍스(Vertex)의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 트라이카프타(Trikafta)가 있는데, 가격은 28일 치 기준으로 5.9% 오른 2만6천546달러(3천550만원)였다.
또 프랑스 사노피와 미국 리제네론의 항염증제 듀픽센트(Dupixent)는 6%,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HIV 치료제 빅타비(Biktarvy)는 4.9%, 미국 애브비(AbbVie)의 건선치료제 스카이리지(Skyrizi)는 5.8% 각각 올랐다.
제약회사는 일반적으로 새해 첫 수 주 동안 가격을 올리는데, 존슨앤드존슨 같은 회사는 아직 인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몇 주 안에 다른 업체들의 더 많은 인상이 잇따를 수 있다.
높은 의약품 비용 부담은 의회를 비롯해 미국 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미국 정부는 지난해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의약품 정가를 인상한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또 올해는 경구용 혈전증 치료제 엘리퀴스(Eliquis)를 포함한 10개 약품의 가격을 놓고 업체들과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과 화이자는 이달 엘리퀴스 가격을 6% 인상했다. 현재 한 달 치 가격은 594달러(80만원)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올해 들어 24개 이상의 의약품 정가가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하락은 드문 편이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올해 천식 및 폐기종 치료제인 애드베어 디스쿠스(Advair Diskus)를 포함한 여러 제품의 가격을 낮췄다. 또 사노피의 란투스, 노보 노디스크의 노보로그 등 인슐린 제품은 70% 이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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