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해 '짠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극지연구소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극지연구소는 남극 바다에서 '짠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정밀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짠물'은 전 세계 바다 순환의 핵심인 남극저층수를 움직이는 마중물 같은 존재다.
남극 해안가에 인접한 바다는 계절에 따라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데, 얼음이 생성될 때 배출되는 염분이 가라앉으면서 바닷물의 염도는 높아진다. 이 바닷물은 염도가 전 세계 바다 평균보다 높고 대륙붕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고염대륙붕수라 불린다.
고염대륙붕수가 주변 바닷물과 섞여 형성된 남극저층수는 수심 4천m 이하의 깊은 곳에서 대양으로 퍼진다. 남극저층수는 지구에서 가장 차갑고 무거운 바닷물로, 대기 중의 탄소를 심해에 격리해 기후변화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팀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북대학교, 뉴질랜드 국립수문대기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2017년 1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테라노바만에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약 1년간 고염대륙붕수의 형성과 움직임을 추적했다.
관측 결과 2017년 고염대륙붕수의 평균 수송량은 0.4 Sv(스베드럽, 1Sv는 1초에 100만㎥ 양의 해류가 움직이는 것을 말함)에 달했다. 해양학에서는 물이 이동하는 정도를 Sv라는 단위로 표현하는데 1Sv는 아마존강 수송량의 약 5배다.
연구팀은 관측 결과와 인공위성에서 얻은 바다얼음의 면적 변화를 분석해 테라노바만에서 고염대륙붕수 생성량이 지난 10년간(2012∼2021년) 2배 이상 늘어났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2015년부터 지속적인 생성률 증가가 나타났는데 이 기간에 진행된 다른 관측값과도 일치했다.
남극 바다의 변화를 장기간 관측할 때 일반적으로는 빙산을 피해 수심 400m 아래에 장비를 설치한다. 연구팀은 고염대륙붕수 생성 과정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수심 47∼360m 구간에 관측망을 구성해 관측에 성공했다. 남극에서 고염대륙붕수 생성 과정을 1년에 걸쳐 연속적으로 모니터링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급격한 남극 빙상 용융에 따른 근미래 전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기술 개발'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16일 게재됐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최근 10년간 고염대륙붕수의 장기 변동성과 남극저층수 변동에 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며 "향후 전 지구 해양 순환과 해수면 상승 예측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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