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유대 논란' 하버드대, 실리콘밸리 투자업계와 관계개선 나서
최근 세쿼이아캐피털 등 큰 손 만나 "다양성 추구 지나쳤다" 이해 당부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후 반(反)유대 논란에 휩싸인 미국 하버드대학이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업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하버드대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세쿼이아 캐피털을 포함해 이스라엘 태생의 유명 투자가인 엘라드 길 등 실리콘밸리 인사들과 연쇄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는 동문과 기업 등의 기부금 등으로 510억 달러(약 68조7천억 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업계는 하버드대의 주요 기금 운용처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다만 실리콘밸리 투자업계에선 지난해 10월 7일 발생한 하마스 테러의 책임을 이스라엘로 돌리는 하버드대 학생 모임의 성명서 발표 이후 학교 측의 대응에 불만 여론이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퇴한 클로딘 게이 전 총장이 하마스 테러에 대한 규탄 수위를 높인 성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실리콘밸리 펀드매니저들의 압력이 낮지 않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 등 유명 인사들의 공격도 있었지만, 하버드대의 기금을 실제로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의 불만 여론도 물 밑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는 실리콘밸리 자산운용업체들과의 만남에서 향후 교내에서 유대인 혐오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하버드대 이사회 일원이자 기부금 운용에 대한 최종결정권자인 폴 피니건은 '하버드대의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 추구가 지나쳤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니건은 하버드대가 표현과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적절한 제한을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실리콘밸리 인사들에게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대 측은 "이사회는 자산운용업계와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며 "학생들의 안전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학교가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교육에 관심이 높은 업계의 파트너들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하버드대는 기금운용을 통해 지난 10년간 평균 8.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이 같은 수익률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에선 최하위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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