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 연초 M&A 활발…"바이오 생태계 진화"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올해는 당뇨나 비만, 자가면역질환, 중추신경계 치료제 등에서 보이는 놀라운 혁신이 M&A(인수합병)를 이끌 것입니다"
1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바이오·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개막연설에서 마이크 가이토 JP모건 헬스케어 투자 글로벌 총괄은 올해 바이오 업계에서 혁신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M&A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의 발언이 나온 지 1주일도 안 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혁신 신약 개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의 M&A 소식이 잇따라 쏟아졌다.
이와 관련, 혁신 기술을 갖춘 한국 바이오 기업의 엑시트(자본 회수) 구조가 상장 등 기업공개(IPO) 중심에서 M&A 활성화로 진화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오리온[271560]이 5천500억원을 투자해 계열사로 편입하겠다고 발표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여러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관심을 두는 항암제인 항체-약물 접합체(ADC) 연구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레고켐 바이오는 지난해 대장암 등 고형암 대상 ADC 치료제 후보물질 'LCB84'를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얀센 바이오텍에 최대 17억 달러(2조2천400억원)에 기술이전 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13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최대 8조7천억원의 기술 이전료를 받기로 했다.
현재 ADC 분야에서 개발 중인 신약만 4개가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지난달 말 타이어뱅크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최대 주주가 되기로 한 항체치료제 개발 기업 파멥신[208340]도 개발 중인 황반변성 신약 'PMC-403'이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에 선정된 곳이다.
이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 12일 OCI[456040]와 지분 양수도·현물출자를 통해 통합을 결정한 한미약품그룹은 전통 제약 기업 가운데 일찌감치 신약 개발 기업으로 변신한 경우다.
한미약품[128940]은 2020년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 HM12525A를 미국 머크(MSD)에 최대 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 했으며, 지난해에는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해오던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 시험 승인을 받아 진행하는 등 꾸준히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연구개발(R&D) 투자 금액만 4조5천억원. 현재 개발 중인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이 26개로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많으며 지난해 국내 처방 매출 100억원 이상인 자사 '블록버스터' 제품 20종 가운데 19종이 독자개발 제품이라고 한미 측은 전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들 외에도 올해 국내 신약 개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M&A가 활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 전문가는 "회사마다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1세대 신약 개발 기업들은 제조업처럼 상속하기가 쉽지 않고 R&D 자금 조달로 인해 창업주 지분이 계속 희석되는 상황에서 M&A를 고민할 수 있다"며 "인수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지난 수년간 M&A가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M&A 활성화는 건전한 생태계로 진화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엑시트 구조가 M&A가 80%일 정도였는데 우리는 그동안 대부분 IPO 중심으로 이뤄져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들이 시장을 이끌면서 혁신 기술을 가지고 있는 비상장 벤처까지 함께 M&A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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