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 '부자감세' 가속…이젠 '상속세 개편론'까지 수면위로
상속세-증시 연계 이례적…건전재정·조세중립 '흔들'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박재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17일 상속세 완화 방침을 전격 시사해 논란을 예고했다.
대부분 감세 효과가 고소득층에 집중돼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하는 정책들이다. 총선을 겨냥해 설익은 '부자 감세'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형 감세정책의 섣부른 추진은 세계적인 수준의 국가채무 비율, 역대급 세수 감소 등의 과제를 떠안고 있는 한국 경제 상황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강조한 건전재정 기조마저 도외시한 행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 尹 "과도한 세제로 주식시장 발전 저해"…상속세 완화 방침 시사
윤 대통령은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소액 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우리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라고 하는 것을 우리 국민들께서 다 같이 인식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로 상속세를 지목하면서 사실상 세부담 완화를 시사한 것이다.
상속세 개편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공식화했지만,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현재 속도 조절 중인 정책이다. 부의 대물림으로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국민적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 여론을 전제로 하면서도 '상속세가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세제 개편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는 재벌이나 부유층이 아닌 일반 중산층까지 상속세 부담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촉발된 기존의 상속세 개편론과는 다른 접근법이기도 하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상속세 개편은 주식과는 별개로 봐야 할 것 같다"라며 "상속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다른 세금 영향이 있어서 실효세율은 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상장사들이 대주주의 상속·증여 시점이 되면 악재가 되는 공시를 내고 주가를 낮춰 상속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상속세가 시장에 손해가 된다는 견해도 있다.
◇ 사망자 6.4%만 상속세 납부…고소득자에 감세 효과 커
윤 대통령의 잇따른 감세 정책이 대부분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효과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부자 감세' 논란은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상속세는 기본 공제액을 고려하면 수억원대 자산이 있어야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2022년 상속세 납부 인원은 1만9천506명이었다. 통계청의 3개년(2019~2021년) 연평균 사망자 수(30만5천913명)에 비춰 사망자의 6.4%만이 상속세 대상인 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연장하겠다고 밝힌 임시투자세액공제 역시 대기업을 위한 세제 혜택 중 하나로 꼽힌다. 당기순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당수 기업은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도 종목당 보유 기준이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상향되면서 고액투자자 70%가 과세망을 빠져나갔다.
잇따른 감세 정책이 조세 정책상 세수 중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쏟아지면서 윤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와도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빠르게 상승하는 국가채무 비율, 역대급 세수 감소 등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쏟아지는 감세 정책은 '총선용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중립은 현재 과세 수준이 적정할 때 지켜야 하지만 지금은 세수 등 생각하면 오히려 세금을 더 걷어야 할 때"라며 "윤 정부가 스스로 강조한 건전재정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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