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에 모인 CEO들 "지정학이 지금처럼 결정적이던 때 없어"
세계 각지 전쟁·선거에 불확실성 고조…"올해 미 경제는 낙관"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전쟁과 선거 등으로 세계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다보스포럼'에 모인 재계 인사들이 지정학적 변수가 지금처럼 결정적이던 때가 없었다는 평가를 내놨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전쟁 및 예멘 후티(친 이란 반군 세력)의 홍해 상선 공격으로 물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대선) 이후에도 11월 미국 대선을 비롯해 한국·인도·인도네시아·영국 등 60여개 국에서 주요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반도체업체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지정학적으로 올해는 격동의 해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불확실성이 실제하지만 인텔은 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JP모건 체이스의 글로벌 투자은행(IB) 사업 부문 공동 수장인 비스와스 라가반도 "지정학이 이처럼 중요하고 거의 결정적 변수이던 때를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전쟁을 비롯한 대형 위험 요소가 시장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변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자문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집단적 지지를 표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미국 민주주의와 미 대선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대선 결과뿐만 아니라 미국의 우크라이나 자금 지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미국의 역할, 미국의 무역·산업 정책 등도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회사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앤 월시는 아직 안도의 한숨을 쉬기는 이르다면서 일각의 기대와 달리 이른바 '테일 리스크'(tail risk·발생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손실이 매우 큰 위험)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 재계 인사 다수는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신뢰를 보냈다.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침체 없이 물가가 안정되는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식음료업체 펩시코의 라몬 라구아르타 CEO는 일부 원자재 가격 하락과 노동시장 안정을 근거로 고무적이라고 봤고, 광산업체 BHP의 마이크 헨리 CEO는 세계적으로 구리·철광석 등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많다고 평가했다.
컨설팅업체 머서의 마르틴 퍼런드 CEO는 "분위기는 우려되지만 긍정적"이라면서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덜 위협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 자동화 업체 록웰 오토메이션의 모렛 CEO는 "세계 위기들이 계속 쌓이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경제적으로는 기저 수요가 계속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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