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헌법에 '낙태할 자유 보장' 못 박기 재추진
정부, 법사위에 개정안 제출…'권리'vs'자유' 절충안 마련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헌법에 낙태를 명문화하는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낙태를 헌법에 명시한 헌법 개정안 초안을 16일(현지시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엔 헌법 제34조 '법률 규정 사항'에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자유의 보장'이란 문구는 '낙태할 권리'와 '낙태할 자유' 사이에서 정부가 마련한 절충안이다.
2022년 4월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공약했다.
2022년 6월 미국 연방 대법원이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며 프랑스 내에서도 낙태권 후퇴 우려가 제기되자 낙태를 '되돌릴 수 없는' 헌법적 권리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1975년 낙태죄를 폐지한 프랑스는 일반 법률로 낙태권을 인정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뿐 아니라 극좌 정당 역시 '낙태할 권리'를 헌법에 명시한 개정안을 마련했고, 이 안은 2022년 11월 하원에서 과반수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상원에서 '권리'라는 표현이 '자유'로 대체돼 통과되는 바람에 헌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프랑스에서 헌법을 개정하려면 하원과 상원이 동일한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다만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양원 합동회의에 제출하기로 결정하면 국민투표 없이도 상·하원 전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의 헌법 개정은 대부분 의회 표결로 승인됐다.
피가로는 이번 개정안이 이달 말 열리는 하원 심사는 무사히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달 26일 보수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을 설득하는 게 과제라고 지적했다. 양원 합동회의는 오는 3월 5일 소집 예정이라 정부로선 일정이 촉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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