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풍향계] 깊어진 조정…반등 가능할까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주식시장이 2주 연속 하락했다.
동반 조정을 받았던 미국 증시가 한 주 만에 반등한 것과 달리 국내 증시는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연말 증시를 달궜던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한 가운데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국내 간판 기업들의 '어닝쇼크'(실적충격)가 투자심리를 냉각시키면서 코스피는 8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지속했다.
단기 낙폭이 커져 반발 매수세에 의한 반등 시도가 있을 수 있지만, 금리 전망이나 기업 실적에서 뚜렷한 모멘텀을 찾기 전까지 추세적인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14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2일 2,525.05로 1주일 전인 지난 5일(2,578.08)보다 2.05%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철강금속(-4.94%), 의약품(-3.99%), 화학(-3.73%), 전기전자(-3.45%), 유통(-2.31%), 운수장비(-1.97%), 음식료품(-1.87%), 의료정밀(-1.48%), 기계(-1.43%), 섬유의복(-1.38%), 전기가스(-0.98%) 등 대부분 내렸다.
반면 종이목재(3.90%), 서비스(2.55%), 건설(2.26%), 금융(0.75%), 운수창고(0.52%)만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기타외국인 포함)는 한 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천37억원어치의 주식 현물을 순매수했으나 코스피200 선물을 1조9천4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은 프로그램 매매를 포함해 3조8천670억원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1조7천190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천734억원, 1천48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3천978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1주일 전(878.33)보다 1.16% 하락한 868.08로 11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코스피는 새해 들어 첫날(2일) 하루 오른 것을 제외하고는 8거래일 연속 하락했으며, 코스닥지수도 전주까지 10주 연속 이어오던 오름세를 멈췄다.
연말 상승장을 이끈 투자심리와 수급이 한번 꺾이자 좀 맥을 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스피는 지난 2일 고점(종가 2,669.81) 대비 5.42%(144.76포인트) 하락해 지난해 11~12월 상승분(17.20%·391.82포인트)의 3분의 1 이상을 반납했다.
앞서 두 달간 상승 랠리를 펼친 뒤 함께 조정을 받았던 미국 주요 주가지수들이 지난주 일제히 반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한 주간 0.34% 올랐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4%, 나스닥지수는 3.09% 상승했다.
이는 연초 잇달아 공개된 양호한 미국 경제지표들로 인해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탓으로 볼 수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12월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돈 데 이어 11일 발표된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췄다.
당초 증시 안팎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3월부터 6회 이상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컸으나, 인하 시기가 하반기로 늦춰지고 횟수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는 회의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은 줄었어도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금리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는 대형주 중심으로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예상 밖의 실망스러운 4분기 성적표는 외국인과 기관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며 증시 하락 압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2조8천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29% 하회했으며, LG전자[066570]와 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각각 전망치를 37%, 43% 밑도는 분기 영업이익을 공개했다.
관심을 모았던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반중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미·중 갈등 격화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질 경우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군사 위협을 포함해 양안 관계 갈등을 야기할 경우 미국이 개입하면서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중국과 대만의 불안한 관계의 영향을 받는 국가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는 등 증시에 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15~19일) 증시는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심리로 반등 시도가 나타날 수 있지만, 뚜렷한 모멘텀이 없어 방향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8거래일 연속 하락해 단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수 있지만 반등 트리거는 그다지 없는 상황"이라며 "반등 시도가 있겠지만 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속해서 하락할 만큼 증시 주변 상황이 나쁘진 않기 때문에 반등 시도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종목별 순환매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 실적에 따라 관련주들 움직임이 큰 차이를 보이는 장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도 지난주와 크게 다르지 않게 강세보다는 약보합 상태에서 눈치보기를 하는 장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초 대만 총통 선거 영향으로 변동성이 클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큰 힘이 없이 눈치를 보면서 이달 말에 있을 FOMC 회의 결과를 기다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준은 오는 30~31일(현지시간)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통화정책 방향을 협의할 예정이다.
주중(17일) 발표될 미국 12월 소매판매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고 금리인하 전망을 조정할 수 있는 소비지표로 관심이 집중된다.
정명지 연구원은 "만약 소매판매가 나쁘게 나오면 고용은 좋아도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 연준이 금리를 빨리 내릴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득세하겠지만, 반대라면 고용도 좋고 물가도 안 꺾이고 소비도 좋은데 상반기 내 금리를 내릴 수 있을까 하는 회의론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3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아 이에 대한 전망이 후퇴하는 시점에 주식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코스피의 본격적인 상승은 2023년 연간 실적 발표와 함께 2024년 실적 전망에 대한 눈높이도 충분히 조정되었다는 인식이 형성된 뒤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단기 오버슈팅 이후 정상화 국면에 있어 1~2월 중 2,460~2,500선에서 지지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전까지는 단기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고 포트폴리오 전략 측면에서는 내수주, 금융주 비중을 높여 안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전망치를 2,490~2,610으로 제시했다.
이번 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15일(월) 미국 '마틴 루터킹 데이' 증시 휴장
▲ 16일(화) 한국 12월 수출입물가지수
▲ 17일(수) 미국 12월 소매판매·12월 산업생산, 중국 4분기 GDP·12월 산업생산·12월 소매판매
▲ 18일(목) 미국 12월 주택건축허가·12월 신규주택착공·12월 산업생산·연준 베이지북
▲ 19일(금) 미국 12월 기존주택판매, 일본 12월 소비자물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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