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ICJ 법정서 "집단학살 주장 심각한 왜곡" 반발
"ICJ, 군사행동 중단명령 관할권 없어"…'임시조처' 거부 가능성 시사
이틀간 공개심리 일정 마무리…이르면 이달말 첫 판단 나올 듯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엔 최고법원 심판대에 선 이스라엘이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인 집단학살(제노사이드·genocide) 혐의가 "심하게 왜곡됐다"며 강력히 반발했다고 로이터, 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측 탈 베커 대표 변호인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열린 공개심리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이 아닌 하마스를 상대로 그들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방어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족 전체 혹은 일부를 파괴하려는 의도인 집단학살의 핵심 요소가 완전히 결여돼 있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의 대상이 팔레스타인 주민이 아니라 무장정파 하마스로, 이 역시 적극적 공격이 아니라 자위적 방어권 행사 차원이라는 취지다.
베커 변호인은 "집단학살 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자행된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민간인이 겪는 끔찍한 고통은 무엇보다 하마스의 전략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반론했다.
변호인단은 또 이스라엘이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을 위반하려는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면서 "(제소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전체 이야기의 반쪽만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아공이 공개심리 첫날인 전날 가자지구에 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의도적으로 계획된 집단학살"이라며 제노사이드 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자위권 행사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적극 반박한 것이다.
이스라엘 변호인단은 특히 ICJ가 제노사이드 협약상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군사행동을 중단하라고 명령할 관할권이 없다는 않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는 재판부가 남아공 요청을 받아들여 휴전 등 임시 조처 명령을 내리더라도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지금 집단학살에 맞서 싸우는 이스라엘이 학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반발하며 "이스라엘은 인류에게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테러범과 싸우고 있다"며 전쟁 강행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ICJ는 지난달 29일 남아공의 제소 이후 2주 만에 재판 절차를 개시, 이날 이틀간의 공개심리 절차를 마무리했다.
남아공이 요청한 긴급 임시 조처에 대한 판단은 이달 말께 내놓을 전망이다. 다만 제노사이드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한 ICJ 최종 판단은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ICJ 판결은 항소가 불가능하지만 판결을 강제 집행할 방법은 없다.
집단학살이란 민족, 국적, 종교, 인종 등을 이유로 한 집단을 살육이나 격리, 강제교육 등의 방식으로 고의적이고 체계적으로 말살하는 행위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됐다.
학자들은 특정 집단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이 학살 대상이 된다는 점을 집단학살의 악랄함으로 꼽는다.
유엔은 1948년 2차 세계대전에서 발생한 집단학살 형식의 인종 청소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노사이드 협약을 채택했다.
인류 최악의 범죄로 거론되는 집단학살의 사례로는 독일 나치 정권이 자행한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대표적이다.
이번 재판의 경우 홀로코스트 피해자였던 이스라엘이 이번엔 '집단학살 가해자' 격으로 심판대에 선 격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공개심리 이틀 내내 ICJ 앞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각기 집결해 맞불 시위를 벌였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