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CDMO·100조 펀드'…존재감 과시한 K-바이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성료…국내 바이오 기업들 비전 밝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세계 최대 바이오·헬스케어 포럼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11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614개 기업, 8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발표 세션에서는 개막 첫날부터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지난해 주요성과 가운데 하나로 한국 기업과의 협업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다.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한 최대 17억 달러(약 2조2천400억원) 규모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에 대해 "두 회사 모두 윈-윈"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고 유한양행으로부터 이전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자사 항암제 '리브리반트' 병용 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바스 나라시만 노바티스 대표는 종근당으로부터 받은 염증성 질환 관련 신약후보 물질 기술이전을, 크리스 뵈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CEO는 오름테라퓨틱으로부터 백혈병 분야 항체-약물 접합체(ADC) 신약 후보 물질 인수한 것을 지난해 성과 중 하나로 언급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068270] 등 한국 기업은 "세계최대 규모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100조원 헬스케어 펀드 조성" 등 청사진을 각각 제시하며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326030] 사장은 JPMHC가 폐막한 11일 기자들에게 "10년 전에는 이 무대에서 발표하도록 초대를 받을 수 있는 한국 기업이 하나도 없었다"며 "이제는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한국의 밤'행사에도 미국의 컨설팅, 투자은행, 법무법인 종사자가 다수 참석하는 상황이 됐다"고 바뀐 환경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교류협력본부장은 "다국적제약사들이 한국기업과의 거래를 JPMHC 발표에서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며 "과거 일본이 아시아권 유일한 제약 강자였던 상황에서 한국이 떠올랐다는 평이 많았고, 외국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한국기업이 임상이나 자금 조달 측면에서 빠르게 단계가 진행되는 것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 삼성바이오·셀트리온 메인 트랙 발표…4개 사 아태 세션 발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이번 콘퍼런스에 6개 사가 발표 세션에 참여, 회사의 비전을 세계에 소개했다. 이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주 행사장에서 열리는 메인 트랙에서, SK바이오팜·롯데바이오로직스·카카오헬스케어·유한양행[000100]은 아시아태평양 트랙에서 발표했다.
행사 2일차 메인 트랙에 선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해 4월 착공한 5공장이 내년 4월 완공되면 총 78만4천ℓ로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소개했다.
추후 8공장까지 완공되면 총 132만4천ℓ의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며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2030 비전'을 밝혔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르면 올해 말 셀트리온 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 홀딩스를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시드머니로 하고 글로벌 투자사들의 투자를 유치해 모두 100조원 이상의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미국에 직판하는 뇌전증 혁신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성과를 바탕으로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등 혁신신약 개발 플랫폼을 확장해 '글로벌 빅 바이오텍'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송도 바이오플랜트 1공장 올해 착공·내년 준공 계획을 밝히며 "품질 운영"을 강조했고, 유한양행은 "3년 안에 제2·제3의 렉라자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인공지능(AI) 기반 모바일 혈당 관리 서비스 '파스타'를 다음 달 출시한다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 2세·3세 경영인 국제무대 본격 데뷔
지난해 말 제약·바이오 경영 전면에 부상한 2세·3세 경영인들도 올해 JPMHC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 겸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이사는 메인트랙 발표에 부친 서정진 회장과 함께 연단에 오른 뒤 전반 20분간 회사의 비전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로 지난해 말 SK그룹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한 최윤정(35)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도 JPMHC에 참여해 수십 개 비즈니스 미팅을 소화하며 본부장 직무 수행에 나섰다.
서 의장과 최 본부장은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주도해 마련한 '한국의 밤' 행사에도 참여해 국내외 바이오업계 인사들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004990]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은 비슷한 시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를 방문했다.
◇ 투자자·파트너 찾는 국내 기업들 기술력 과시
JPMHC는 발표 트랙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에도 자사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소개하며 투자사를 찾거나 파트너를 모색하는 기회가 됐다.
지난달 말초 T세포 림프종(PTCL)에 대한 항암 신약후보 물질 'BR101801'의 임상 1상에서 효능을 확인했다고 미국혈액학회에 발표한 보령[003850](옛 보령제약)은 이 물질의 글로벌 상품화를 위해 여러 회사와 파트너 미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김익범 보령 신약개발그룹장은 "임상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 등 선진시장 진출을 위해 팝바이오테크닉스와 미국에 조인트벤처 유팝라이프사이언스를 설립한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206650] 대표는 JPMHC 기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바이오텍쇼케이스에 참여해 유팝라이프사이언스를 소개했다.
항암신약 개발기업인 자이메디의 김성훈 대표는 "글로벌 기업 두 곳의 초청을 받아 JPMHC를 방문, 개발 중인 약물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