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친이란 후티에 칼뽑은 미국…확전없이 홍해안정 되찾을까
무역피해 '눈덩이'…"국민·무역 보호 위해 추가조치 불사"
미 개입 확전 최악사태 경계…중동에 '방어적 차원' 입장 설명
후티 "미국과 대결 환영"…중동뿐 아니라 자국 일각서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와중에 홍해 선박들을 위협하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에 미국이 결국 공습으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
계속된 도발에도 확전 우려 탓에 과격한 군사개입을 꺼리던 미국이 이번 작전을 벌인 것은 핵심 교역로의 안정 회복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판단 때문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확전을 막을 위기관리에 나섰으나 후티가 즉각 보복 방침을 밝히고 중동의 반미세력 맹주인 이란과의 긴장도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높아진 까닭에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 세계 무역 동맥 홍해 위기 장기화에 군사행동 결단
1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이날 예멘 후티 거점에 대한 공습과 관련한 성명에서 "우리 목표는 홍해의 긴장을 완화하고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계속되는 위협에 직면해 세계의 가장 중요한 수로 중 하나인 홍해에서 생명과 자유로운 무역 흐름을 보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우리 국민과 국제 무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주저하지 않고 지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공격 직전 후티 반군에 대해 도발을 멈추라고 촉구하는 한편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에 대해서도 후티를 멈추기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경고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약 2개월간 최소 27차례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했다.
지난 9일에는 홍해 남부 해역을 향해 드론 18기와 미사일 3기를 동원한 최대 규모의 공격을 벌이는 등 도발 강도를 한껏 끌어올렸고, 이에 따라 화물선들이 아프리카로 우회하는 등 세계적으로 물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지난 7일까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감소했다.
◇ 이란 노림수 말릴라…자위권 방어적 측면 강조
그러나 미국은 이번 작전이 가자지구 전쟁의 중동 확전과 미국의 직접 개입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지는 것만은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미국은 이 같은 시나리오가 하마스와 후티를 지원하는 이란의 궁극적 목표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은 후티에 대한 공격이 자칫 예멘 내전의 취약한 휴전 상태를 무너뜨릴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후티의 홍해 위협에 맞서 다국적 함대 연합을 꾸리는 등 대응 채비를 갖추고도 2개월 가까이 구두 경고만 하며 군사적 대응을 자제했다.
최근 중동에서의 확전을 막기 위해 이 지역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미국이 후티를 상대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경우 이는 긴장 고조가 아니라 방어적 차원으로 간주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미 CNN 방송이 국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 당국자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공격은 후티 지도자와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 교관을 노린 것이 아니라 홍해에 위협을 가하는 후티의 군사능력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함께 공습을 벌인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도 이번 작전에 대한 성명에서 "자위권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필요하고 적절한 작전을 취했다"고 밝혔다.
◇ 후티 보복 예고, 친이란 세력 결집 가능성
미국이 경계심에도 불구하고 이번 군사 작전이 확전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끊이지 않는다.
미국의 공격이 임박한 지난 10일 후티 수장 압둘 말리크 알후티는 "미국과 직접 대결하는 것이 오히려 편안하다"고 위협했다.
후티는 이번 공습 후에도 "미국과 영국은 그들의 침략에 따른 심각한 결과에 직면하고 큰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이란도 이날 오만만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홍해 위기가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중동 내 미국 동맹국들의 반발과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후티에 대한 공습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자지구 평화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력 반대했다고 NYT에 전했다.
카타르와 오만도 미국의 후티 공격을 앞두고 이 같은 군사행동이 자칫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등지의 친이란 무장세력과의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외신들은 수 년간 내전으로 단련된 후티와 예멘 본토에서의 싸움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 싱크탱크 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는 "후티는 미국의 공격을 받고도 계속해서 선박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승리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승리에 도취해 있고 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 그들은 초강대국에 맞서면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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