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공방…헤이그 유엔 법정 앞 이팔 '맞불 시위'
"반인도적 범죄는 하마스가" vs "제노사이드 겪은 팔레스타인에 정의를"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이 시작된 11일(현지시간) 법정 앞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친이스라엘 시위대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시위대 간 심각한 충돌은 없었으나 양측은 이번 전쟁에 대한 각자의 대의를 내세우며 공방을 벌였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친이스라엘 시위대 수백 명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 인근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개시된 공개 심리를 규탄했다. 현지 경찰은 약 800명이 모였다고 집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형제가 인질로 잡혀갔다는 마이클 레비는 "이스라엘이 제노사이드를 자행한다는 터무니없는 비난이 쏟아지는 와중 하마스는 매일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레비는 국제사회가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형제를 비롯한 인질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덧붙였다.
헤이그 출신 주디스 드 존지는 "이스라엘을 지지하기 위해 여기 왔다"면서 "그들은 제노사이드를 저지르고 있지 않다. 모든 아랍인에 대해 맞서는 것도 아니다. 단지 하마스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시위대는 친이스라엘 노래를 부르며 ICJ 정문 앞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사진을 들어 보이는 시위자도 여럿 있었다.
친이스라엘 시위대와 불과 100m 떨어진 곳에서는 이날 재판 개시를 환영하며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열렸다.
해당 집회에는 수천 명이 참여해 친이스라엘 시위대보다 규모가 컸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추산했다. 다만 현지 경찰은 친팔레스타인 집회에도 800여 명이 모였다고 집계했다.
이들 시위대는 ICJ 밖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상징하는 붉은색, 초록색 연막탄을 피웠다.
곳곳에서는 '팔레스타인 해방', '제노사이드를 멈추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체코에서 왔다는 레일라 아리디는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에서는 제노사이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ICJ가 이스라엘을 최소 전쟁 범죄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위자 니할 에스마 알미스는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정의가 구현되길 바란다"면서 "유엔과 국제사회는 제노사이드에 올바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출신 사라 갈리는 "(가자지구 상황이) 전염병, 식량 부족 등으로 더 악화하지 않도록 인도적 지원을 위한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심리는 앞서 지난달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하마스 소탕을 위해 가자지구를 공격한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 혐의로 ICJ에 제소한 지 약 2주 만에 열렸다.
제노사이드는 특정 국민과 민족, 인종, 종교 등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전멸시킬 의도로 행해지는 비인도적 폭력 범죄를 의미한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1천200여 명을 살해하고 약 240명을 인질로 붙잡아갔다. 이스라엘은 이에 '피의 보복'을 선언하고 하마스 소탕전에 나섰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2만3천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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