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폭격·호르무즈 대치…세계 물류동맥 옥죌 중대위험 증폭
미국 등 '홍해위협' 후티에 보복…후티 '강력대응' 예고
'에너지 젖줄' 페르시아만서도 이란, 미 유조선 나포
중러 해운사 제외한 세계상선들 '살얼음판 운항' 지속될 듯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교역로인 홍해와 전 세계 에너지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분쟁이 격화해 세계경제에 중대 악재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함대는 홍해를 지나는 민간선박을 위협해 온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에 폭격을 단행했다. 후티는 대대적 대응을 예고했고 이란도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긴장은 급격하게 고조됐다.
미국 정부는 예멘시간으로 12일 미국과 영국이 후티 반군과 관련된 예멘내 표적을 겨냥한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후티가 장악하고 있는 예멘의 수도뿐만 아니라 해안 지역인 호데이다 등지에 10여개 표적에 대한 광범위한 폭격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다국적 함대가 억제력 확보를 위해 이번 폭격을 단행했음에도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은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티가 보복을 예고하고 있는 데다가 다른 친이란 무장세력까지 가세하는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후티 지도자 압둘-말릭 알후티는 11일 자신들이 폭격 당한다면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에 대한 공격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방송연설에서 "미국의 어떤 공격도 대응 없이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이전에 감행했던 드론 20대와 미사일 여럿을 동원한 공격보다 더욱 큰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해를 떠나 아라비아 반도 건너편에 잇는 페르시아만에서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상태다.
주요 산유국이 밀집한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협인 호르무즈에서는 후티를 지원해 온 이란이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란은 11일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면서 이는 법원 명령에 따른 적법한 조처라고 주장했다.
작년 이 배는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 98만 배럴을 밀수하다가 미 당국에 적발돼 전량이 몰수됐는데 이를 빌미삼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배가 지나는 주요 항로 중 두 곳에서 동시에 위기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충격이 가해질 것이란 우려가 더욱 커지게 됐다.
수에즈 운하와 이어져 있는 홍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거리 항로인 동시에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돼 유럽과 북미로 수출되는 석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이 지나는 통로로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상품 무역량의 약 12%를 차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진출로인 호르무즈 해협 역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세계 에너지 공급의 젖줄로 꼽히는 장소다.
실제 이날 런던선물거래소에서는 국제원유 가격이 2.3% 가량 올랐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맞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작년 11월부터 현재까지 27차례에 걸쳐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해 왔다.
이에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함대가 구성되자 이란은 홍해에 자국 군함을 파견해 긴장을 끌어올렸고, 급기야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행동에 나섰다.
이란은 지난 몇년간 서방 유조선을 정기적으로 나포해 왔다.
그러나, 이란이 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저항의 축'이란 이름으로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을 결집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움직임은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과시하면서 서방의 움직임을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 소속 중동 전문가인 네이더 하세미 교수는 "유조선 나포는 역내 동맹을 표적으로 삼은데 대한 이란의 대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과 시리아를 폭격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휘관이 숨지고 이란 관련 시설이 파괴된 데 대한 '보복'의 신호탄이 오른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도 11일 하루 동안 홍해를 지난 선박은 80척에 이르며 이중 20척가량은 러시아 최대 해운업체 소브콤플로트와 중국 국영 중국원양해운(COSCO·코스코) 소유였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홍해를 피해 아프리카 우회항로를 택한 여타 해운사들과 달리 홍해를 계속 이용하는 이유와 관련해 소브콤플로트와 코스코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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