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 이스라엘 '가자 집단학살 혐의' 재판 개시
남아공, ICJ에 휴전 명령 등 촉구…이스라엘 "법적 근거 부족" 반발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재판 절차가 11일(현지시간) 시작됐다.
로이터,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남아공측 변호인단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 ICJ에서 열린 첫 공개심리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제노사이드) 조약 제2조를 위반, 제노사이드 정의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작전 중단을 포함해 구속력 있는 임시 명령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남아공은 앞서 지난달 29일 ICJ에 제출한 서류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대해 "팔레스타인 민족과 인종을 상당 부분 파괴하려는 의도를 갖고 행위를 했다"고 제소 이유를 밝힌 바 있다.
ICJ는 남아공의 제소에 따라 이날부터 이틀간 공개심리를 진행하며, 둘째 날인 12일에는 이스라엘 측이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남아공의 제소를 두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남아공이 요청한 긴급 임시 조처에 대한 판단은 이달 말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제노사이드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길게는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ICJ 판결은 항소가 불가능하지만 판결을 강제 집행할 방법은 없다. 또 역대 유사 사건 중 ICJ가 특정 국가를 제노사이드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AP 통신은 짚었다.
다만 ICJ 재판 절차 개시를 계기로 국제 여론을 환기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재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헤이그의 ICJ 앞에는 이스라엘 혹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시민들이 모여 각각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제노사이드란 민족, 국적, 종교, 인종 등을 이유로 한 집단을 살육이나 격리, 강제교육 등의 방식으로 고의적이고 체계적으로 말살하는 행위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됐다.
학자들은 특정 집단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이 학살 대상이 된다는 점을 제노사이드의 악랄함으로 꼽는다.
인류 최악의 범죄로 거론되는 제노사이드의 사례로는 독일 나치 정권이 자행한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대표적이다.
유엔은 1948년 2차 세계대전에서 발생한 집단학살 형식의 인종 청소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노사이드 협약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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