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물범·물개 떼죽음 원인은 조류인플루엔자…감염 첫 확인

입력 2024-01-11 16:29
남극 물범·물개 떼죽음 원인은 조류인플루엔자…감염 첫 확인

앞서 북극곰·바다사자도 감염 후 숨져…포유류 적응 돌연변이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남극에 사는 물범과 물개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영국 동식물보건국(APHA) 연구팀은 최근 남대서양의 영국령 사우스조지아섬에 서식하는 코끼리물범과 물개의 H5N1 감염을 확인했다고 현지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사우스조지아섬에서는 물범이 떼죽음을 당하고 많은 물개가 조류인플루엔자 증상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었다.

당시 도둑갈매기(브라운스큐어)의 감염은 확인됐지만, 코끼리물범과 물개는 감염 의심 사례로 분류돼 조사가 진행돼왔다.

APHA 인플루엔자·조류바이러스학팀은 사우스조지아섬에서 조류인플루엔자에 양성 반응을 보인 샘플을 수집했다.

조사에 참여한 과학자 마르코 팔치에리는 현장에서 코끼리물범 약 20마리가 폐사한 것을 봤다고 말했다. 다른 물개들도 기침, 재채기, 콧물 등 조류인플루엔자의 호흡기 증상을 보였다고 그는 전했다.

팔치에리는 사우스조지아섬에서 죽은 개체수는 약 100마리로, 주로 물개보다 취약한 것으로 보이는 코끼리물범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큰 두려움은 포유류에 대한 적응형 돌연변이"라며 "이번 샘플에서는 볼 수 없지만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적응 돌연변이는 조류 바이러스가 포유류에도 적응해 결과적으로 인간에도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알래스카에서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북극곰이 폐사한 사례가 확인됐다

페루와 칠레에서도 바다사자 약 2만마리가 조류인플루엔자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APHA 바이러스 학자 애슐리 반야드는 남극의 물범과 새들의 폐사가 우려되고 있지만, 바이러스가 아직 다른 종으로 퍼지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반야드는 그러나 조류인플루엔자가 남극에서 계속 확산한다면 바닷새와 바다 포유류를 비롯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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