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헤즈볼라 전면전 위기에…레바논 남부서도 수만명 피란 행렬

입력 2024-01-10 08:35
수정 2024-01-10 08:43
이-헤즈볼라 전면전 위기에…레바논 남부서도 수만명 피란 행렬

"남부 국경 마을 주민 90%가량 피란"

가자전쟁 발발 후 난민 7만6천명 발생 추산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레바논 남부에서도 주민 수만 명이 피란 행렬에 나서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남쪽으로 80㎞가량 떨어진 해안 도시 티레에는 매일 새로운 피란민 200∼300여명이 들어오고 있다.

이 지역 당국 난민 담당자 모르타다 마나에 따르면 현재 티레에 머무는 피란민은 2만2천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는 이날 가디언에 "전날에만 피란민 286명이 새로 등록했다"며 "남부 국경 마을 주민 90% 가량이 피란을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피란민들은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국경 마을 빈트 즈베일 주민 낸시 파라즈(25)는 3주 전 바로 옆집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이웃 두 명이 사망하자 그 길로 곧장 짐을 싸 피란길에 올랐다.

2006년 전쟁을 피해 7살의 나이로 엄마와 함께 피란을 떠났다는 그는 이제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생애 두 번째 피란 생활을 하게 됐다.

현재 티레의 한 학교에서 수백명과 함께 피란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는 가디언에 "몇주 전 옆 마을에 공습이 발생했을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안전할 것이라 여겼는데, 바로 옆집이 공습을 당한 것을 보고 바로 집을 떠나기로 했다"며 "전투가 갈수록 더 격렬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이 숨지고 헤즈볼라도 반격에 나서면서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벌어진 이후 하마스를 지지해온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산발적인 교전을 벌여왔다.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레바논 남부에서 난민 7만6천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때 관광객이 몰려들었던 고대 그리스 유적 도시 티레는 이제 전쟁을 피해 온 피란 행렬로 붐비고 있다.

또 다른 국경 마을 베이트 리프에서 담배 농사를 짓다가 피란을 온 무스타파 사이드는 가디언에 "레바논의 전쟁이 아닌 전쟁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나는 하마스를 지지하지도 않고 대부분의 레바논 국민들은 전쟁에 끌려 들어간 이 상황에 행복해하지 않는다"며 "전쟁에서는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다. 작물을 기르던 내 일상이 그립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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