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작년 영업익 1천300억원대…양호한 사업장 많다"
"수주잔고 12.5조…PF 보증 없는 수주 비중 71%"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태영건설[009410]은 "지난해 1천3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도 그 이상 실적을 올릴 사업계획이 마련돼 있다"며 "대체로 양호한 사업장이 많아서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문제가 해소된다면 빨리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9일 태영그룹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작년 1∼3분기 매출액 2조3천111억원, 영업이익 979억원을 올렸으며, 4분기까지 합한 작년 전체 영업이익은 1천300억원대로 추정된다.
현재 수주 잔고는 12조5천억원으로, 앞으로 3년간 한해 3조원씩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규모다. 이 가운데 71%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없는 수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아파트 분양 현장은 총 21곳, 1만9천340가구로, 이 가운데 19곳, 1만7천458가구는 100% 분양이 완료됐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가 한창 불거졌던 작년 11월 분양했던 경기 의왕 오전 '나' 구역의 532가구는 분양률이 60%에 그쳤고, 1천350가구 규모의 경북 구미 꽃동산 아파트도 분양률이 17%에 그쳤다.
문제가 된 PF 사업장 60곳 중 일부에 대해서는 시공사 교체나 정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희 욕심이 과했다"며 "저희 PF 사업장 중 정리해야 할 곳도 분명히 있다. 정리할 곳은 과감히 정리하고 건실한 사업장들은 살리겠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일단 워크아웃이 개시되고 제시된 자구계획이 충실히 이행된다면 오는 4월까지는 유동성 부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은 지난 3일 채권단에 자구계획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계열사인 에코비트의 매각 추진,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 4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천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은 논란 끝에 마무리지었다.
회사 측이 언급한 대로 유동성 부족 문제가 해결되려면 핵심 계열사인 에코비트 매각이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비트는 지난 2021년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에코솔루션그룹이 합병해 탄생한 기업으로, 의료 및 산업폐기물 소각과 재활용을 주력 사업으로 한다. TY홀딩스가 지분의 50%, 나머지를 KKR이 쥐고 있다.
이와 관련, 최금락 TY홀딩스 부회장은 "에코비트 매각을 위해 KKR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고, 공동 매각과 관련한 계약도 맺었기 때문에 매각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며 "에코비트 담보가액이 1조5천억원인데 실제 매각된다면 그보다 훨씬 큰 금액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에코비트의 기업가치는 2조원대로 거론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매출 3천344억원, 영업이익 528억원을 올린 알짜 계열사이긴 하지만, 최근 인수합병(M&A) 시장 부진 분위기와 맞물려 급매물로 나오면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태영그룹은 지난해 초 KKR로부터 자금 4천억원을 연 13%의 고금리에 조달하면서 에코비트 지분 일부를 담보로 잡혀 실제로 태영그룹이 손에 쥐는 액수는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태영그룹이 이날 기존 자구계획으로도 부족할 경우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SBS 주식을 담보로 내놓겠다고 밝힌 것은 에코비트 매각을 비롯한 자구계획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4월 이전에 미리 내놓은 자구계획이 충실히 이행된다면 유동성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그 가운데 혹시 유동성 문제 생기면 그때는 SBS와 TY홀딩스 주식 담보로 내서 자금 조달해서 태영건설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hisun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