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PF 여파에 4분기 '실적 한파'…작년 '1조클럽' 없을듯
주요 증권사 7곳 4분기 영업익, 전 분기보다 약 40% 감소 전망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4분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등 '부동산 악재'에 발목이 붙들려 부진한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7곳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산은 총 7천4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4분기(5천86억원)보다는 45.8% 늘어난 수준이지만, 1조를 넘어섰던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1조1천812억원)보다는 37.2% 줄어든 규모다.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4분기 1천6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주가조작 세력이 키움증권의 미수거래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난 이른바 '영풍제지 사태'로 인해 미수금 관련 손실 약 4천300억원이 반영된 탓이 크다.
또 삼성증권(이하 전망치 1천557억원)과 메리츠증권(1천250억원)이 직전 분기 대비 20%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금융지주 역시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천720억원으로 집계돼 직전 분기보다 20% 가까이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로, 주력 계열사인 증권의 수익 비중이 절반 이상에서 80%까지 차지한다.
NH투자증권(1천623억원)의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37% 늘어나며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1천865억원)과 대신증권(460억원)은 각각 전 분기 대비 8∼9%라는 한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4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은 PF 등 국내외 부동산 이슈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투자자산으로부터의 평가손실과 손상차손, 여기에 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대체로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태영건설 사태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관련 증권사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1조1천억원이고 익스포저를 보유한 곳이 대부분 대형사여서 자본 대비 2% 미만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부실 PF에 대해 시장원칙에 따른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점, 국내뿐 아니라 해외 대체투자 자산 재평가도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작년 4분기 실적에 관련 충당금을 인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말 뒤늦게 '산타랠리'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4분기 전체로 봤을 때는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실적도 부진했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10∼11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부진했다가 12월 뒤늦게 회복돼, 4분기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5천억원으로 직전 3분기보다 28.6% 감소했다.
다만 채권 금리가 작년 10월 중 상승했다가 11∼12월 본격적인 금리 인하 기대감을 타고 크게 하락했고, 연말 증시 반등도 동시에 나타난 덕분에 증권사들의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 지표는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주요 증권사 가운데 연간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속할 증권사는 전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증권주도 실적 부진과 태영건설 사태 여파에 비실거리는 모습이다.
가령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들어 계속 하락하며 5거래일 동안 6만1천300원(지난해 폐장일 종가)에서 5만4천100원으로 11.7% 하락했고,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도 7천630원에서 7천40원으로 7.7%가량 떨어졌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업황 부진이 계속되면 증권사는 단기적으로 보유 대출채권의 회수가 불가능해질 수 있어 충당금 설정으로 이익이 훼손되고, 중장기적으로도 부동산 사업장 PF 주관 수수료 감소로 수익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태영건설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 중심으로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표] 주요 증권사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단위: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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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명 │ 영업이익 추정치 │ 전분기 대비 │전년 동기 대비│
├────────┼─────────┼───────┼───────┤
│ 한국금융지주 │ 1,720│ -19.1│ 흑자전환│
├────────┼─────────┼───────┼───────┤
│키움증권│-1,061│ 적자전환│ 적자전환│
├────────┼─────────┼───────┼───────┤
│대신증권│ 460│ 9.1│4036.8│
├────────┼─────────┼───────┼───────┤
│삼성증권│ 1,557│ -22.7│ 478.6│
├────────┼─────────┼───────┼───────┤
│ 미래에셋증권 │ 1,865│ 7.8│ 133.5│
├────────┼─────────┼───────┼───────┤
│ NH투자증권 │ 1,623│ 37.0│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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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츠증권 │ 1,250│ -22.7│ -53.5│
└────────┴─────────┴───────┴───────┘
※ 메리츠증권은 신한투자증권 11월 말 기준 추정치 활용, 나머지는 증권사 2∼3곳 이상이 제시한 실적 추정치 컨센서스 집계.
(자료= 에프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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