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에 사임한 하버드대 총장 "거짓·모욕에 당했다"
NYT 기고서 논문표절 의혹 부인…반유대 논란엔 "표현 제대로 못한 실수"
"총장 하나의 문제 넘어 큰 전쟁의 일부…살해위협·흑인비하까지 당해"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반(反)유대주의 논란과 과거 논문 표절 의혹으로 취임 5개월 만에 미국 하버드대 총장직에서 물러난 클로딘 게이 교수가 "거짓과 인신공격성 모욕"으로 공격받았다고 반박했다.
게이 교수는 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나를 겨냥한 (퇴진) 운동은 한 대학이나 총장 한명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이는 미국 사회의 중추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무너뜨리기 위한 광범위한 전쟁 가운데 한차례의 소규모 교전에 불과했다"고 적었다.
그는 지난 몇주 동안 자신과 하버드대가 공격받는 과정에서 "내 인격과 지성,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나의 헌신에 의문이 제기됐다"며 "메일함은 욕설로 넘쳐났고 살해위협도 받았으며 셀 수 없을 만큼 'N워드'(흑인 비하 속어)로 불렸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총장직 사임이 아프지만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게이 교수는 자신의 퇴진으로 "하버드대의 이상인 탁월함·개방성·독립성·진실을 훼손하려는 선동 정치가들이 내 총장직을 무기로 삼을 기회를 잃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게이 교수는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반유대주의 논란과 관련해서는 "내가 실수를 저질렀다. (작년) 10월 7일에 발생한 잔혹행위와 관련한 초기대응에서 나는 모든 양심 있는 사람들이 아는 바를, 즉 하마스가 유대 국가 근절을 목표로 하는 테러 조직이라는 사실을 더 강력하게 언급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는 잘 만들어진 함정에 빠졌다"면서 "나는 유대인 대량학살 요구는 혐오스럽고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증오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표현하는 데에 소홀했다"고 해명했다.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서는 퇴진 운동을 펼쳐온 측이 "논리적인 주장이 아니라 거짓말과 인신공격성 모욕을 밀어넣었다"면서 이들이 선동을 목적으로 교육과 전문지식을 걸고넘어진 것이라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게이 교수는 자신을 비판하는 측에서 제기한 의혹이 인용의 오류이고, 알게 된 즉시 수정을 요청했으며, 하버드대의 다른 교수들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연구 결과를 잘못 표현한 적이 없으며 다른 사람의 연구를 내 것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 또한 인용 오류가 근본적 진실을 모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정치 행동을 연구해온 정치학자로 하버드 인문과학대 학장을 지낸 게이 교수는 자신 연구 성과물이 "국내 최고의 정치학 학술지에 실렸고 다른 학자들의 중요한 연구로 이어졌다"고 강하게 옹호했다.
이어 "수십년간 광범위하게 존경받아온 연구성과를 옹호해야 할 필요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지난 몇주 동안 진실이 파괴됐다"면서 "(그들은) 흑인의 재능과 기질에 대한 오랜 편견을 되풀이했고 무관심과 무능이라는 가짜 이야기를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게이 교수는 당분간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겠다면서 대학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학 캠퍼스는 대리전과 정치적 과시행동이 뿌리내리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공유하며 성장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대학은 어떤 세력과 맞서더라도 진실을 향해가기 위해 용기와 이성이 단결하는 독립적인 장소여야 한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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