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한 대관식 없다…덴마크 여왕 뒤잇는 프레데릭 왕세자
간단한 선언으로 즉위행사 갈음…평소 환경문제 최대 관심사
해군 특수부대 등 육·해·공군 장기간 복무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83) 여왕이 오는 14일 퇴위하기로 선언하면서 왕위를 물려받을 큰아들 프레데릭 왕세자(56)에게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레데릭 왕세자는 기후변화 문제에 몰두하고 영국 왕실과 같은 호화로운 대관식 대신 간단한 선언으로 즉위 행사를 갈음하려 하는 현대적인 인물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기후와 환경 문제에 평소 큰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레데릭 왕세자는 과거 남극 여행을 한 뒤 기후위기에 대한 자신의 시각이 영구적으로 바뀌었으며,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자신의 개인적인 의무로 여기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참석하는가 하면 평소 환경문제에 대해 연설·인터뷰를 해 긴급한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투자자들이 기후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활용하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다만 덴마크 왕실 인사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촉구하면서도 큰 성에 살고 자가용 제트기로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온 만큼 프레데릭 왕세자의 이런 관심에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덴마크의 왕실 전문가들은 프레데릭 왕세자가 왕실을 적어도 분위기 측면에서는 현대화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평가한다.
한 덴마크 왕실 전문가는 프레데릭 왕세자가 격식과 직함을 많이 강조하지 않고 덴마크 국민들과 열린 마음으로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NYT에 전했다.
이 전문가는 또한 덴마크 왕실이 이미 영국 왕실보다 빨리 '덜 전통적'으로 진화했으며, 덜 호화스럽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달 14일 열리는 프레데릭 왕세자의 즉위 행사는 이런 면모를 세계에 보여주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 행사는 2022년 9월 열린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대관식처럼 금으로 장식된 화려한 마차가 등장하고 공군 비행기가 축하 비행을 하는 몇 시간 길이의 초대형 행사가 아니라 총리실에서 총리의 간단한 선언 등으로 치러진다.
그의 이런 움직임은 영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덴마크 왕실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언론에서 때때로 왕실을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하지만, 덴마크 왕실은 영국 왕실과 같은 수준의 스캔들이나 면밀한 감시, 비판에 직면한 적이 없다고 NYT는 설명했다.
언론이 계속 덴마크 왕가 인사들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지만, 프레데릭 왕세자의 경우 1992년에 당시 여자친구가 모는 차에 탔다가 여자친구가 무면허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돼 벌금을 문 정도가 널리 알려진 사건이다.
이런 덴마크 왕실의 특징 때문인지 최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조사에 따르면 덴마크 국민의 75% 이상이 덴마크 왕실의 존재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영국에서 영국 왕실 존속을 지지한 응답자 비율(약 62%)을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프레데릭 왕세자의 성격도 이런 차분한 덴마크 왕실의 분위기에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레데릭 왕세자의 전기에 따르면 그는 젊었을 때 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자신을 불안하고 수줍고 어색하게 만든 '결점'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이후 왕실의 책임감에 더 익숙해지면서 왕위에 오르는 일이 "일종의 두려움에서 경외로 바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덴마크 오르후스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1986년부터 육군·공군·해군에서 두루 장기간 군 생활을 했다. 특히 해군 특수부대에서 복무해 주목받기도 했다.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에 일가견이 있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한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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