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를 잡아라"…저격수까지 동원한 워싱턴DC의 '비밀 작전'
워싱턴 국립공원 사슴, 포식자 없고 먹이 풍부해 개체 급증
"민가까지 침입"…"무작정 죽여선 안 돼" 반대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자리한 134년 전통의 록크리크 공원의 사슴 수가 급증해 당국이 저격수까지 동원해 개체 수를 조절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D.C. 북서부에 자리한 200만평 규모의 국립공원인 록크리크 공원 당국은 날로 늘어나는 사슴 수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우거진 숲과 인근에 민가가 공존하는 이곳의 환경은 사슴이 살아가기에 최적의 조건으로 여겨진다.
록크리크 공원에서는 사적인 사냥이 금지되어 있으며 늑대 등 포식자 동물도 살지 않아 사슴들이 아무런 위협 없이 개체 수를 늘려갈 수 있었다.
1960년대 처음 이 공원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사슴은 이후 꾸준히 늘어나 1990년대 초부터는 당국이 공식 집계를 포기했을 정도다.
사슴이 공원의 어린 풀을 모두 먹고 인근 민가 정원까지 침입해 잔디나 나뭇잎을 뜯어 먹는 등 피해가 커지자 공원 당국은 10여년 전부터 사냥 등을 통해 본격적인 개체 수 조절에 나서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한 공원 관리인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민간인 진입을 통제한 채 사냥을 진행한다고 WSJ에 밝혔다.
워싱턴 D.C. 교외의 페어팩스주에서 이와 유사한 사슴 개체 관리 작업에 참여했던 야생생물학자 얼 호드넷은 당시 사슴 사냥에 주 경찰 소속 특수 기동대의 저격수들이 투입됐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자신이 픽업트럭을 운전하며 열 감지 장비를 통해 사슴의 위치를 확인하면 적재함에 탄 저격수들이 총을 쏘는 식으로 사냥을 진행했으며 하룻밤 만에 44마리를 잡은 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전을 위해 미 육군과 해군으로부터 아간투시경 등의 장비를 제공받았으며, 특히 뛰어난 성과를 보인 저격수 한 명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스카우트되기도 했다고 호드넷은 전했다.
미국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사슴 사냥에 일부 동물 보호론자들은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근에 사는 동물 보호론자 캐럴 그룬월드는 2012년 사슴 개체 수 조절을 막아달라며 연방 정부를 법원에 고소했으나 법원은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그룬월드는 일부 주민과 함께 밤마다 공원 주위를 돌며 사슴 사냥이 이뤄지는지 살피거나 인근에서 '우리의 사슴을 죽이지 말라'고 주장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사슴에게 피임 약물을 주사하는 등의 방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아직 실현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라며 선을 그었다.
주민들 사이에서 사슴 사냥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원 인근에 사는 찰스 피시맨(62)은 WSJ에 사슴들이 자신의 정원을 마치 '뷔페 샐러드바'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청은 록크리크 공원에서 사냥한 사슴 고기는 질병 유무 검사를 한 뒤 워싱턴의 지역 봉사 단체에 기부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사슴 고기 약 9천500㎏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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