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러에 속아 '짝퉁' 샀지만…호주 법원 "미성년자라 책임없어"
3천만원 주고 에어조던 디올 에디션 등 7켤레 구매…감정사 "모두 가짜"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리셀러(re-seller·웃돈을 얹어서 물건을 되파는 이들)에게 속아 약 3천만원을 주고 '가짜 명품 신발'을 샀지만, 해당 리셀러가 판매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환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호주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오스트레일리아에 따르면 2020년 멜버른에 사는 한 부동산 중개인은 17세 미성년자 소년에게서 운동화를 구매했다.
소년은 해당 운동화 4켤레가가 프랑스 패션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소속 디올과 나이키가 협업해 출시한 '에어 조던 1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발은 2020년 전 세계에서 총 1만3천200켤레만 한정 출시됐으며 신발마다 고유 번호가 매겨졌다. 고객당 한 켤레만 구입할 수 있도록 추첨을 통해 판매됐다.
중개인은 소년에게서 '에어조던1' 신발 3켤레도 추가 주문했다. 신발 7켤레의 가격은 총 3만3천370호주달러(약 2천976만원)였다.
하지만 중개인은 신발을 넘겨 받은 후 이 신발이 가짜라고 의심했고, 소년의 아버지에게 연락해 환불을 요구했다.
소년의 아버지는 신발이 위조품으로 판명되면 이를 해결해주겠다고 했고, 중개인과 함께 한 운동화 매장을 찾았다.
이 매장의 감정사는 중개인이 산 모든 운동화가 위조품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감정사는 소년의 이름을 듣자 얼굴이 굳어지며 "그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기꾼"이라고 말했다.
이에 소년의 아버지는 해당 매장이 공인된 정품 인증 업체가 아니라며 감정사의 판단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전액 환불 대신 1만 호주달러(약 892만원)만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중개인은 법원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빅토리아주 민사·행정재판소(Vcat)는 계약을 맺을 당시 소년의 나이가 17세로 미성년자였고 중개인 역시 거래 상대자가 미성년자인 것을 알고 있었다며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환불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성인이 되는 "18세에 거래했다면 재판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은 또 소년의 아버지에 대해서도 계약 체결 당시 그가 자기 아들이 어떤 거래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던 만큼 이를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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