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민자 버스도착 규제에…수백명 뉴저지주 거쳐 우회 진입

입력 2024-01-02 16:42
뉴욕 이민자 버스도착 규제에…수백명 뉴저지주 거쳐 우회 진입

'난민 밀어내기' 텍사스주, 뉴욕시 규제 회피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텍사스주의 '이민자 밀어내기'에 골머리를 앓아온 뉴욕시가 이민자들이 탄 버스 진입 규제에 나서자 텍사스주가 이민자들을 뉴욕과 인접한 뉴저지주에 내려놓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

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악시오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이민자 약 450명을 태운 버스 13대가 뉴저지주에 도착했다고 뉴저지주 저지시티의 스티브 풀롭 시장이 밝혔다.

이들 버스는 루이지애나주에서 출발한 1대를 제외하고 모두 텍사스주에서 출발했으며, 시카커스·팬우드·에디슨·트렌턴 등 뉴저지주 내 교통 요지에 도착해 이민자들을 하차시켰다.

이처럼 뉴저지로 오는 이민자 버스가 급증한 것은 뉴욕시가 최근 내놓은 이민자 버스 규제 조치를 우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가 설명했다.

풀롭 시장은 "그들(이민자들)은 뉴욕에 도착할 수 있는 버스에 대한 제한을 피하기 위해 뉴저지를 근본적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민자들이 뉴저지주를 통과하는 것에 대해 아직 우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30일 이민자 버스 4대가 도착한 시카커스의 마이클 고넬리 시장은 성명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뉴욕시의 새로운 규정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밀 조지프 발락 뉴욕시장 비서실장은 주변 지자체들에 관련 규제에 대해 알렸으며 "부담을 (다른 지역으로) 돌리는 것은 우리의 의도가 아니다"라고 현지 방송 WABC-TV에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 민주당 소속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이민자들을 태운 버스의 도착 시간과 장소 등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세버스 회사들은 이민자 버스가 뉴욕시에 도착하기 32시간 전에 일정을 미리 뉴욕시에 알려야 한다.

하차 시간과 장소도 매주 월∼금요일 오전 8시 30분∼오후 12시, 맨해튼 타임스퀘어의 특정 장소 등 시 당국이 승인한 곳으로 제한된다.

애덤스 시장은 행정명령을 내놓으면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민자들)을 태운 버스가 밤과 낮에 아무 때나 경고 없이 도착하는 것을 우리는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히 말해서 사람들이 오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다. 이민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그들이 조율되고 질서 있는 방법으로 도착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뉴욕시는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버스로 실어 보내는 이민자 수만 명을 감당하느라 어려움을 겪어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해온 애벗 주지사는 수도인 워싱턴DC를 포함해 민주당이 시정을 장악한 뉴욕과 시카고 등으로 불법 이민자들을 무더기로 보내고 있다.

케일라 마멀랙 뉴욕시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뉴욕시가 2022년 봄 이후 망명을 희망하는 이민자 16만1천500여명을 받아들였고 이 중 6만8천명에게 보호시설과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애벗 주지사를 겨냥해 "인간을 인간답게 대우하기 위해 우리와 힘을 합하는 대신에 망명 신청자들을 계속 정치적 노리개 취급하고 있으며, 이제 (이민자) 가족들을 춥고 깜깜한 한밤중에 뉴욕행 기차표와 함께 (뉴욕의) 주변 도시·주에 내려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시에 앞서 시카고시도 이민자 유입을 줄이기 위해 비슷한 조처를 했다.

그러나 텍사스주가 이민자 버스를 시카고 교외로 보내는 방식으로 우회 대응해 시카고시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브랜던 존슨 시카고 시장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심지어 텍사스주는 항공편으로 이민자들을 시카고시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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