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끝없는 숙청' 공포에 공산당 무력화…경제에도 악재"
WSJ "시 주석, 부패척결 내세우며 숙청…권력 공고화 행보"
"공산당·정부, 관료·보신주의 확산…국가 현안 대처능력 약화"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패 척결을 내세운 끊임없는 숙청 정치로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지만 공산당을 무력하게 만들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WSJ은 시 주석이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부패 척결 운동으로 10년 넘게 공산당에 공포를 불어넣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 건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의 '지속적인 혁명'을 연상시킨다는 설명이다.
WSJ에 따르면 시 주석이 2012년 권력을 잡은 이후 공산당 규율기구는 약 500만명을 권력 남용 등 각종 범죄를 문제 삼아 처벌했다. 이 중에는 별다른 문제가 될만한 범법 행위가 아닌데도 처벌해 과도한 관료주의를 조장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공식 통계상으로 2017년 이후 매년 최소 50만명이 징계를 받았는데 이는 시 주석 전임자 시절의 약 4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2023년에만 금융, 식품, 의료, 반도체,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고위 인사가 처벌받았다. 중국 외교부장과 국방부장이 지난여름 실종됐다가 돌연 해임되면서 숙청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중국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부 자문기구에서 군과 방위산업계 인사 12명이 축출돼 광범위한 군부 개편의 일환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시 주석은 향후 5년간 벌일 부패 척결 운동의 구상을 최근 소개했다.
시 주석 비판론자들은 부패 척결 운동 연장에 대해 더 깨끗한 통치를 위해 필요한 구조적 변화와 투명성 강화를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한다.
시 주석이 부패를 개인의 도덕적 실패 탓으로 돌리면서 중앙집권적이고 불투명한 통치 방식을 배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공산당과 정부 고위 간부의 자산 공개와 같은 구조적 개혁을 하지 않는 점이 꼽혔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3연임을 시작하기 며칠 전에 "부패와 싸우는 것은 자기 혁명의 가장 철저한 형태"라고 말했다.
또 "부패가 일어나게 쉽게 하는 토양과 조건이 계속 존재하는 한 부패와의 싸움은 한 순간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태도는 징계성 숙청을 시 주석과 그의 비전에 충성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무기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는 게 WSJ의 해석이다.
웬웬앙 미국 존스홉킨스대 정치학 교수는 "시 주석이 역설적인 정책도구, 즉 영구적인 캠페인(부패 척결 운동)을 개발했다"고 꼬집었다.
시 주석은 영원한 숙청으로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고 있지만 공산당 당원들이 국가 도전 과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포에 의한 통치 방식이 정책 토론을 억누르고 하위 관리들의 우유부단을 부추기고 있다는 공산당 내 목소리가 있다고 WSJ은 전했다.
보신주의와 관료주의 확산으로 청년 실업률 급상승, 부동산시장과 소비심리 위축, 국가부채 증가,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시장 외면 등 경제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중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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