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만기 회사채 '역대 최대' 물량…PF 리스크에 채권시장 긴장
여전채 만기 물량 83조원…투자심리 급랭에 연말 강세 되돌림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여전채 등 회사채 물량이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연말 빠른 속도로 금리가 내려간 채권시장은 태영건설[009410]의 워크아웃(재무 개선 작업) 신청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여부에 따라 업종·등급별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회사채는 69조8천596억원어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만기 물량 58조6천28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많다.
이 가운데 신용등급 'A+' 이하 비우량 회사채의 만기는 18조1천228억원이다.
내년 만기를 맞는 여전채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내년 카드·캐피탈채의 만기 도래 물량은 82조9천534억원(카드채 28조4천500억원·캐피탈채 54조5천34억원)이다.
만기 물량이 증가한 이유는 지난해와 올해 금리가 본격 인상되면서 발행사들이 조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만기가 짧은 1∼2년짜리 채권 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내려가 기업들의 차환 발행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이 'AA-'인 기업의 회사채(무보증·3년물) 금리는 10월 말 고점 4.908%에서 이달 29일 3.898%로 두달 간 100bp 이상 하락했다.
특히 여전채는 시장에서 '없어서 못 살 정도'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급격한 금리 하락세를 보였다. 11월 중순까지만 해도 5%가 넘던 여전채 금리는 내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최근 4.1%대까지 내려왔다.
계절적으로 1월은 기관들의 자급집행이 재개돼 채권이 강세를 보이는 '연초효과'가 기대되는 시기다.
다만 내년 초에는 예상보다 빨랐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년 4월 총선 전까지는 부동산 PF 부실이 어떻게든 터지지 않고 관리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12월 당국이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한 이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는 4조5천800억원으로 금융업권 총 자산의 0.09% 수준이다.
시장안정을 위해 정부는 건설사 발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건설사 보증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저신용 기업들의 시장성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 규모도 확대한다.
직접적인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며 관련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사 신용등급을 재검토에 나선 데다가 여전채 시장도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상당해 조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에 대한 제한적인 익스포저 규모와 정부의 발 빠른 지원책을 고려할 때 시장 충격은 제한될 것"이라면서도 "건설업종 추가 부실 가능성 및 제2금융권의 손실 우려로 여전채 및 하위등급 중심으로 스프레드 갭은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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