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도둑맞았다"…세르비아 대학생들 도로서 연좌시위
17일 총선 집권당 승리에 항의…국제선거감시단 "매표 포착"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세르비아 대학생 수십여명이 29일(현지시간) 수도 베오그라드 주요 도로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연좌시위에 돌입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정오부터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번화한 크네자 밀로사 거리 인근 도로에서 교통을 차단하고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는 30일 정오까지 24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세르비아는 지난 17일 총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경제난과 지난 5월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조기 총선을 승부수로 던졌다.
개표 결과 부치치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우파 여당인 세르비아혁신당(SNS)이 46.72%를 득표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제1야당 연합인 '폭력에 반대하는 세르비아'는 23.56%에 그쳤다.
하지만 야권은 집권당이 미등록 유권자를 불법적으로 투표에 참여시키고 표 매수, 서명 위조 등의 광범위한 부정선거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모니터 요원으로 구성된 국제선거감시단은 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세르비아 총선을 살핀 결과 '투표 매수' 등 일련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선거 이튿날인 지난 18일부터 베오그라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앞에서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대학생들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에 가세했다.
'보르바'(세르비아어로 투쟁이라는 뜻)라는 기치 아래 시위대를 조직한 대학생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실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베오그라드대 대학생인 요바나 코스타디노브(19)는 "우리나라에서는 수십년 동안 민주적 절차에 관한 정의가 실현되지 않았다"며 "마침내 투표할 자격을 얻었는데, 내 표는 존중받지 못했고, 상심했다"고 말했다.
연좌시위에 나선 학생들은 한 학생이 "누가 선거를 훔쳤습니까"라고 외치자 "도둑놈, 도둑놈"이라고 화답했다. 시위대가 든 플래카드 중 하나에는 "우리는 당신(부치치 대통령)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학생들은 밤샘 시위에 대비해 도로를 따라 텐트를 쳤고, 일부는 정부 청사 건물 근처 사거리에 앉아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24시간 연좌시위를 마친 뒤 30일 오후에는 지식인, 예술가, 유명 인사들이 주도하는 또 다른 시위에 참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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