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급 이상 승용차 수출 금지한 韓 제재, 러 시장에 타격"
시장참여자들 금지 품목 수입경로 찾을 듯…韓 제재, 카페리 운영에도 부정적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에 발맞춰 수출 금지 품목에 배기량 2천㏄ 이상인 중대형 승용차도 추가한 가운데 이번 조치로 러시아 현지 자동차 시장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RBC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따라 러시아에서 인기가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인 현대 투싼과 싼타페, 기아 쏘렌토와 스포티지 등도 러시아 수출이 금지됐다.
이를 두고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차를 들여와 판매하는 러시아 업체와 소비자 등이 새 제재 적용에 따른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한 전문가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또다시 몸살을 앓을 것"이라며 "일부 판매자는 (한국 자동차) 가격을 부풀리기 시작할 것이고 또 다른 판매자들은 한국에서 자동차를 들여올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미 구매 계약한 차를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자동차)가격이 상승하고 선택 폭이 감소하는 상황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것이 없다"라며 "대안이 없는 까닭에 러시아인들은 중국산 브랜드 자동차나 중국에서 생산된 일본·유럽 브랜드 자동차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또 대러시아 수출이 금지된 일본 자동차들이 한국을 경유해 러시아로 수입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시장 참여자들은 제재로 수입이 금지된 자동차를 러시아로 들여오기 위해 제3의 장소를 경유하는 또 다른 운송 경로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매체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극동 세관을 통해 수입된 한국산 자동차는 전체 물량의 8.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RBC는 이번 한국 정부 제재는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항과 강원도 동해·속초항을 오가며 승객과 자동차, 화물 등을 실어 나르는 한국 업체의 카페리(여객·화물 겸용선) 운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카페리 운영 업체들이 새 제재로 자동차 등 선박으로 운송할 수 있는 화물이 줄어 수익이 악화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관광객 등의 카페리 이용 요금을 인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26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대러시아 수출 통제 공조를 위해 건설중장비, 이차전지, 공작기계, 항공기 부품 등 682개 품목을 상황허가(수출 시 무기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 정부 허가를 필요로 하는 품목)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내년 1월 15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조치로 러시아를 상대로 한 상황허가 대상 품목은 모두 1천159개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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