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정치인 등에 해킹 경고 애플, 압박에 "실수일 수도" 꼬리내려
WP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조차 인도 압박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여줘"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 정부 지원을 받는 해커들이 자국 언론인과 야당 정치인 휴대전화 해킹을 시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를 경고했던 애플이 인도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실수일 수 있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인도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던 언론인과 인도 야당 정치인 20여명은 애플로부터 그들의 아이폰에 누군가가 이스라엘제 페가수스 스파이웨어를 설치하려 했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 중에는 인도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증손자이자 야권 핵심 지도자인 라훌 간디 전 인도국민회의(INC) 총재도 포함됐다.
페가수스가 스파이웨어가 설치되면 통화 내용을 기록하고 메시지를 가로챌 수 있으며 해당 휴대전화를 자신의 휴대용 도청기구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놓고 인도 정부 지원을 받는 해킹 조직들이 꾸민 일이라는 의혹들이 나왔고, 야당 정치인들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국민을 해킹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인도 정부는 애플을 강하게 압박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 고위 관료들이 애플 인도 법인 임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애플의 해킹 경고가 실수이며 이를 철회한다고 발표하라고 압박했다.
또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애플의 주장을 조사한다며 인도 외부에 있는 애플 보안 전문가를 불러들여 이 경고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런 압박에 애플 인도 법인은 결국 보도자료를 통해 해킹 경고가 '실수'일 수 있다며 "이런 공격을 탐지하는 것은 불완전한 정보 신호에 의존하므로 확실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또 인도뿐 아니라 150개국 사용자들에게도 비슷한 경고가 내려졌다며 이번 일이 인도 야당 정치인이나 특정 언론인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고도 했다. 인도 정부의 압박에 애플이 꼬리를 내린 것이다.
이런 입장 선회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이 애플에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웨드부시증권 애플 담당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애플 전체 매출에서 인도 시장의 비율이 지금은 4%에 불과하지만 2025년에는 10%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인도는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애플 전략의 심장이자 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인도 정부 압력이 애플 본사 경영진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이번 사건은 점점 강해지는 인도 정권 압박에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조차 어떻게 대응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