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가자지구 질병 급증…굶주림과 병의 치명적 조합"
샤워시설 4천500명당 1개, 화장실은 200명당 1개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 속에 가자지구의 위생 여건이 극도로 열악해지면서 질병이 급증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적했다.
WHO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는 이미 전염병이 급증세를 보인다"며 "지난 10월 중순 이후 설사 사례가 10만 건을 넘었고, 환자 가운데 절반은 5세 미만의 어린이"라고 밝혔다.
WHO는 무력 충돌이 발생한 지난 10월 7일 이전에 비해 가자지구 내 설사 사례가 25배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호흡기 감염 발병 건수도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으로 가자지구 내 호흡기 감염 사례는 15만건을 넘어섰다. 지난달 6일 집계 당시에는 2만2천500건이었는데 45일 만에 6∼7배로 증가한 셈이다.
WHO는 이 밖에도 "뇌막염과 피부 발진, 수두 등 수많은 질병 감염 사례를 보고받았으며 황달 증세가 나타나 간염에 걸렸을 것으로 보이는 주민도 많다"고 전했다.
WHO는 질병 급증 현상의 원인으로 가자지구 피란민의 과밀화와 열악한 위생 여건을 꼽았다. 피란민이 공습을 피해 몰려든 가자지구 곳곳의 보호시설은 수용 인원의 4배에 이르는 주민을 떠안고 있다.
WHO는 "가자지구에서 190만명 이상이 집을 잃었고 이 가운데 140만명이 과밀한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전염병이 확산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자지구에는 평균적으로 4천500명당 샤워시설 1개, 220명당 화장실이 1개 있는 실정"이라며 "질병 확산을 피할 수 없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WHO는 "비극적인 전쟁으로 의료 시스템이 붕괴한 상황에서 굶주림과 질병의 치명적인 조합 앞에 주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죽음에 직면한 이들을 구하려면 식량을 비롯한 각종 원조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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