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전쟁에 막힌 바닷길…"15일 더 걸려 8천㎞ 우회"
파마나·수에즈 운하 차질에 미국발 중국행 LGP선 추가부담 23억 달해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국제 교역의 주요 항로인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가 기후변화와 전쟁으로 제 기능을 못하면서 선박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 민간 상선은 바다 위에서 장장 8천㎞를 돌아가면서 평소보다 15일을 더 허비하고 비용도 180만달러(약 23억3천만원)가 추가되는 곤욕을 치렀다.
블룸버그 통신은 27일(현지시간) "한 가스 운반선의 긴 우회 여정이 전쟁과 기후 변화가 해운산업에 미치고 이는 피해를 보여준다"면서 지난 14일 미국 휴스턴에서 중국 닝보로 출발한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퍼시픽 웨이하이호의 사례를 소개했다.
보통 미국 셰일 유전에서 중국의 플라스틱 제조 정유공장으로 LPG를 운반하는 선박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데, 이 경우 운항 거리는 2만㎞, 운항 기간은 30일 정도다.
하지만 전 세계 상품 교역량의 5%가 지나가는 파나마 운하가 올해 들어 전례 없는 가뭄에 따른 수위 하락으로 선박 통행량을 제한하자, 퍼시픽 웨이하이호는 10일이 더 걸리지만 운하 통과 시 병목 현상이 없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기로 했다.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최단거리 바닷길로 전 세계 상품 교역량의 12%가 지나간다.
그런데 예멘의 친이란 반군 세력인 후티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 지지'의 표시로 홍해에서 상선 공격을 확대하자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려던 퍼시픽 웨이하이호의 계획은 순식간에 무산됐다.
이 배는 결국 지난 18일 수에즈 해협에서 경로를 우회해 파나마 운하 이용보다 15일이나 더 긴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경로를 선택했다.
지난 26일에 발표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우회 항로는 운송 비용을 15% 이상 높일 수 있다.
발틱해운거래소의 자료상 지난 14일 기준 미국 걸프만 연안-북아시아 항로의 가스 운반선 용선료는 하루 12만3천달러(약 1억6천만원)로, 15일간 추가로 배를 빌리면 약 180만달러(약 23억3천만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파나마 운하의 통행량 제한과 후티의 홍해 위협으로 민간 선박들은 기존 항로보다 긴 우회 항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경로 변경은 물류비 급등,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악재가 단기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전 세계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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