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우크라 전황 격화…동부·남부서 러시아와 일진일퇴
우크라, 크림반도 공격으로 러시아 함정 파손
러, 헤르손 기차역 공습 '응수'…우크라, 마린카 퇴각 인정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번째 해 넘김을 앞둔 가운데, 양측의 전투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주요 전선에서 공습과 반격으로 일진일퇴를 주고받으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26일(현지시간) 새벽,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림반도 남부 항구도시 페오도시야를 공습해 러시아 해군 함정 1대를 격퇴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유도미사일을 시용해 기지를 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국 해군 흑해함대의 대형 상륙함 노보체르카스크 호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크림 자치공화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 공습으로 1명이 사망했으며 4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군은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 남부를 장악하기 위한 군수품 허브와 미사일 발사대로 활용해왔다.
특히 러시아군이 이곳에서 내륙 도시를 향해 발사한 순항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에 큰 위협이 됐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크림반도를 반복해 공격했고, 지난 8월에도 러시아 전함을 파손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흑해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올해 1월~10월 크림반도와 흑해함대에 대해 최소 155차례 공격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년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방어선을 돌파하려는 노력이 실패해온 가운데 크림반도에서 보기 드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다른 전선에서 거센 반격으로 응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페오도시야를 공습한 당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기차역을 공습했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이날 저녁 최전방인 헤르손의 한 기차역에 피란민 약 140명이 모여 열차를 기다리던 중 러시아의 대규모 폭격이 있었고, 당국은 정확한 사상자 수를 집계하고 있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공습으로 경찰관 1명이 숨지고 경관 2명과 민간인 2명 등 총 4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동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州) 서부 마린카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퇴각을 사실상 인정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지금 마린카 외곽으로 이동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정착촌 경계를 넘어섰다"며 "마린카라는 도시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마린카 전투가 러시아 전술의 특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평가했다.
엄청난 수의 사상자를 감수하며 우세한 병력과 탄약 수에 의지해 계속 맹렬한 공격을 가해 적을 지치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마린카 퇴각과 관련, 우크라이나 영토 모든 부분이 중요하지만 "우리 병력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충지에서의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양측 모두 병력 충원 등을 통해 장기전 채비를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5일 군 입대 가능 연령을 기존 27세에서 25세로 낮추는 내용을 국회에 제출했다.
군 관계자들은 최대 50만 명 규모의 대규모 병력 동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잘루즈니 총사령관도 26일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손실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병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러시아는 이달 초 자국 병력 규모를 기존 115만 명에서 132만 명으로 15% 증원하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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