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관계라도 영토 문제는 못 참지…이란, 러시아 대사대리 초치
외교장관 통화도…러 'UAE와 분쟁 평화적 해결' 공동성명에 항의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란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영유권 분쟁 중인 섬과 관련, 러시아가 UAE 등과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러시아 대사대리를 불러 항의했다.
24일(현지시간) AP,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 대리를 초치해 러시아와 UAE 등 아랍국가의 공동 성명 내용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전날 러시아는 모로코에서 제6차 아랍연맹·러시아 협력 포럼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걸프만 섬 3곳을 둘러싼 이란과 UAE 간 갈등의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 문제로 이날 오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현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영토 보전과 주권 존중은 국가간 관계의 기본 원칙"이라며 "이 문제에 있어 이란은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장소는 걸프 해역과 호르무즈 해협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아부무사(Abu Musa), 대툰브(The Greater Tunb), 소툰브(The Lesser Tunb) 등 3개 섬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석유 생산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핵심 항로다.
이란은 UAE가 연방국을 이룬 1971년 툰브 섬 2개를 장악한 데 이어 1992년 아부무사 섬까지 점령, 현재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UAE는 1971년 영국이 걸프 지역 점령을 끝내고 철수하는 틈을 타 이란이 이 섬들을 점령한 것이라며 반환을 촉구해왔다. 이란은 3개 섬이 고대부터 영국 점령 전까지 자국 영토였다고 주장한다.
이란은 지난 7월에도 러시아가 걸프협력회의(GCC)와 회의 후 이란과 UAE가 국제법과 양자 협상을 통해 이들 섬에 대한 영유권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항의한 바 있다.
이란과 러시아의 외교적 충돌은 평소 두 국가의 유대관계에 비춰보면 다소 이례적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란은 러시아에 킬러 드론을 공급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양국은 시리아 내전에서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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